해외에 '한국형 편의점' 도입하는 CU … 日 편의점 제칠까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1.04.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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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에 문을 연 CU 1호점 내부에 CU PB 상품을 비롯해 한국 식품업체들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 BGF리테일 제공말레이시아에 문을 연 CU 1호점 내부에 CU PB 상품을 비롯해 한국 식품업체들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 BGF리테일 제공


CU가 말레이시아에서 글로벌 편의점 브랜드인 일본 세븐일레븐에 도전장을 내민 지 열흘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CU가 말레이시아 진출을 계기로 동남아 편의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계 편의점들의 아성을 뒤엎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U가 지난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문을 연 ‘CU센터포인트점’에는 열흘 만에 1만1000여명이 넘는 현지 고객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편의점에 방문한 것으로 한국 편의점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처럼 CU가 말레이시아 진출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CU가 말레이시아 1위 업체인 ‘세븐일레븐(일본계)’을 이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말레이시아에만 240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전체 편의점 점포 수 기준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 수가 곧 경쟁력인 편의점 업계 특성상 세븐일레븐이 편의점 업계를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업계 3위 업체마저 일본계 편의점인 '훼미리마트'일 만큼 말레이시아 편의점 시장을 사실상 일본계 편의점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CU가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CU는 지난해에도 베트남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CU는 점포 수를 통한 경쟁보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계획이다. 1년 내로 점포를 50개로 개점하고 5년 내 500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점포 수를 차근차근 늘려나가는 동시에 '한국 편의점'만의 특색을 살려 편의점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CU에게 먼저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을 제안한 말레이시아 편의점 업계 2위 기업인 '마이뉴스 홀딩스'도 현지 방식이 아닌 한국 편의점 방식 그대로 진출해줄 것을 원했다. 한류를 통해 1위 기업인 세븐일레븐을 이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CU 말레이시아 1호점에서 오뎅, 떡볶이 등 한국의 로컬푸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사진= BGF리테일 제공CU 말레이시아 1호점에서 오뎅, 떡볶이 등 한국의 로컬푸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사진= BGF리테일 제공
이런 전략에 따라 CU 말레이시아 1호점은 한국어로 된 메뉴판과 한국 식품업체들이 판매하는 과자들을 현지어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또 한국에서 판매하는 분식류인 오뎅, 떡볶이, 핫도그, 닭강정 등을 매장에서 직접 판매해 한국 로컬 푸드를 편의점에서도 즐길 수 있게 했다. 특히 매장내 취식이 어려운 일본형 편의점과 달리 매장에서도 취식이 가능한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가게 내부 모습만 본다면 한국 편의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CU 말레이시아 1호점이 열흘 만에 1만여명이 넘는 고객을 끌어모은 것도 이런 '한국형' 편의점이란 특성을 잘 활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말레이시아 내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도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시점에서 적절하게 한국을 느낄 수 있는 한국형 편의점을 개점함으로써 시기를 잘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열흘 동안 1호점에서 판매된 제품 중 상위 1~5위는 모두 한국 제품이 차지했고 즉석조리가 가능한 떡볶이는 열흘 만에 2500컵이 팔리기도 했다.


CU 관계자는 "경쟁사에서 판매하지 않지만 동남아 고객들이 한국 관광시 선호하는 먹거리를 겨냥했고 현지화한 음식을 판매하기보다는 '전주비빔 삼각김밥', '이건가요샌드위치' 등 한국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한 상품을 도입했다"며 "동남아 국가들은 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도입한 한국형 편의점을 시작으로 새로운 국가들을 계속해서 물색해 사업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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