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만에 다시 불붙은 유통업계 초저가 전쟁, 왜?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04.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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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무료배송 카드에 이마트·마켓컬리 '최저가'로 맞불

/사진제공=이마트/사진제공=이마트


유통업계의 ‘최저가 경쟁’이 10여년만에 다시 불붙었다. 쿠팡이 무료배송 카드를 꺼내자, 이마트와 마켓컬리가 '최저가'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여기에 롯데마트 등도 경쟁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 전반으로 최저가 경쟁이 확산할 전망이다. 단기적 이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결코 뺏기지 않겠다는 유통업체들의 벼랑끝 대결이 예고된다.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최저가 경쟁, 출혈경쟁 우려도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8일 경쟁사보다 비싼 제품이 있다면 차액을 돌려주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시작했다. 1997년 처음 도입한 ‘최저가 보상제’를 2007년 폐지했지만 14년만에 다시금 최저가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가격경쟁은 곧바로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했다. 마켓컬리 역시 지난 12일 60여가지 식품에 대해 1년 내내 최저가를 유지하겠단 정책을 내놨다. 롯데마트 등도 이마트와 비슷한 최저가 보상제 도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만에 다시 불붙은 유통업계 초저가 전쟁, 왜?
업계에선 쿠팡이 무료배송을 전격적으로 시행하자 이마트와 마켓컬리가 반격 카드로 최저가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쿠팡은 월 2900원인 ‘와우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아도 로켓배송 상품을 금액 상관없이 무료배송해주는 ‘로켓배송상품 무조건 무료배송’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저렴한 제품을 열심히 검색했지만, 결국 배송비가 붙으면 비싼 값을 지불하게 되므로 쿠팡은 ‘무조건 무료배송’을 통해 진정한 저렴한 가격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최저가’에 이끌린 고객들이 자사 상품을 구매해보고,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향후에도 꾸준히 자사를 이용해줄 것을 기대하고 이 같은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한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보면 조금 손해일 수 있겠지만, 마진을 최소화해서라도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저가 정책’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덩치를 키우는 데 톡톡한 효과를 낸다. 2019년 ‘차액 200% 보상’을 걸고 최저가 판매에 나섰던 위메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9년 6월 위메프의 '최저가보상제 확대 실시' 홍보물. /사진=위메프2019년 6월 위메프의 '최저가보상제 확대 실시' 홍보물. /사진=위메프
위메프는 2019년 4월30일부터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의 200%를 보상하겠다"며 생필품 최저가 판매를 선언했다. 이 같은 전략이 호응을 얻자 위메프는 2019년 6월부터는 쿠팡뿐 아니라 G마켓·11번가·옥션·인터파크 등 오픈마켓과 티몬을 비롯한 SSG·GS샵·CJ몰 등 종합몰 등과 비교해 비쌀 경우 차액을 보상했다. 보상 품목도 기존 생필품에서 위메프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으로 확대하며 ‘최저가 정책’에 열을 올렸다.

위메프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실제 신규 고객을 다수 끌어 모으며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다만 외형 성장이 곧바로 수익성이나 질적 성장으로 직결되진 않는다는 점에서 출혈경쟁의 우려가 나온다. 실제 위메프의 2019년 영업손실은 757억원으로, 전년(390억원 손실)보다 적자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2020년 상반기까지 외형 성장에 집중했던 위메프는 결국 2020년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으로 기조를 바꿨다. 위메프는 현재도 최저가 차액 보상 정책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는 않고 있다.


◇다시 격화된 출혈경쟁, 왜?
‘출혈경쟁’ 우려 속에 수그러들었던 최저가 전쟁이 최근 10여년만에 다시 격화된 건 쿠팡의 파격적인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한 쿠팡이 ‘무료배송’ 정책으로 한국 e커머스 시장에서 절대적 점유율 확보에 나서자 다른 유통업체들이 " 그냥 밀릴 수는 없다'며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마트가 최저가격 비교 대상으로 쿠팡,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으로 명시했지만 사실상 '쿠팡'을 정조준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여기에 온라인-오프라인 유통업체들간 점유율 싸움이 거세지는 것도 한몫했다. 이마트는 자사 상품이 최저가 상품이 아닐 경우 차액을 'e머니'로 돌려준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쇼핑 포인트다. 즉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크게 줄었지만, 올 봄을 맞아 외출하는 이들이 늘어 집객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e머니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이끌어보겠다는 것이다.

반면 e커머스는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을 빼앗길 위기가 오자 최저가 경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티몬, 마켓컬리 등은 국내외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어서 가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덩치를 키워야하는 상황이다. 최저가 경쟁대열에 합휴한 한 e커머스 관계자는 “3~4월 봄에 외출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주문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위기가 왔다"며 "최저가 정책으로 고객 눈길을 끌어보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들도 ‘빠른 정산’ 등으로 e커머스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이 생존을 위해 본격적인 출혈경쟁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쿠팡 상장, 이베이코리아 매각 등 유통시장 전반의 새판짜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각 유통사들이 생존을 위해 최저가 출혈도 마다하지 않고 고객경쟁을 펼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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