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전쟁 2조원 배상으로 이어져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1.04.1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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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장사 ESG 리스크 대해부ⓛ]2-(18)

편집자주 깨진 독에 물을 계속 퍼넣어도 금세 새나가기 마련이다.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잘했던 성과들이 그만큼 퇴색된다. 머니투데이는 빅데이터·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와 함께 시가총액 상위 주요 종목들과 섹터별 주요 기업의 ESG 성과점수 순위 및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ESG 통합점수 순위를 공개한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전쟁 2조원 배상으로 이어져


SK이노베이션 (118,400원 ▼2,300 -1.91%)의 가장 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전쟁이었다. 이달 초 전격 합의에 이르면서 배터리 전쟁은 막을 내렸지만 SK이노베이션은 2조원 규모의 막대한 합의금을 지급하게 됐다.



14일 지속가능발전소에 따르면 성과점수(PA)는 56.27로 높은 편이었지만 리스크점수(IA)가 3으로 '매우 높음(3~3.9)'에 해당했다. 이에 따라 총점은 54.1로 낮아졌다.

성과점수는 환경 정책, 오염 방지, 화학물질 관리 등이 산업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최근 1년간 특별한 화학 물질 누출 사고가 없었던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폐기물 재활용률은 77.04%로 산업 내 평균 50.03%를 웃돌았다.



사외이사비율과 여직원 비율도 각각 62.5%, 22.33%로 산업내 평균인 46.82%, 13.88%보다 높았다. 여성임원비율도 12.5%로 산업내 평균 8.85% 이상이었다.

리스크점수는 동종업계 12개 기업 중 2위를 기록했다. 사회 부문이 3.4로 높았다. 지배구조는 1.1였다. 사회 부문에서는 배터리 소송으로 인한 불공정관행, 공급망 리스크가 지적됐다. 다만 양사가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리스크점수는 향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을 지급하고 배터리와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는 한편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송이 시작된 지 약 2년만의 결론이다. 막판에 제시된 합의금(LG 2조8000억원, SK 1조2000억원)의 중간점이다.


소송은 2017년~2019년 100여 명의 인력이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데서 비롯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들이 이직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지난해 2월 LG에너지솔루션이 예비승소한데 이어 올해 2월 최종승소했다. ITC의 산하기관인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를 인정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을 승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미국 ITC로부터 '제한적 수입금지 10년' 조치가 내려졌다. OUII가 건의한 제재 기간(5년)보다 배로 늘어나면서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합의에 성공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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