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문턱 낮췄지만 해외로 눈돌리는 제2의 쿠팡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4.14 04:04
글자크기
(서울=뉴스1) =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하는 전광판 광고가 진행되고 있다. (쿠팡 제공) 2021.3.12/뉴스1  (서울=뉴스1) =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하는 전광판 광고가 진행되고 있다. (쿠팡 제공) 2021.3.12/뉴스1


올해초 한국거래소는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이끌기 위해 코스피 상장 문턱을 낮췄다.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유니콘'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단독 상장요건(시총 1조원 이상)을 신설했다. 쿠팡과 마켓컬리처럼 뉴욕증시로 떠나는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들을 잡기 위해서다.

IPO(기업공개)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온 e커머스 업체가 1호 유니콘 상장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수익성 문제로 상장은 생각지도 못했던 e커머스 입장에서는 시총 1조원 단독 상장요건은 기회다. 다만 높아진 눈높이가 큰 걸림돌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총 1조원 유니콘 기업들도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다. 올해 3월 신설된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 중 경영성과 요건 때문이다.

코스피에 상장하려면 △영업활동기간(상장예비심사 신청일 기준 3년 이상 영업) △기업규모 △주식분산 △경영성과 등 형식적 심사요건을 갖춰야 한다. 수익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업계에서 인정 받는 혁신기업들이 코스닥보다 큰 코스피 시장에서 데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기존 경영성과 기준에 따르면 수익성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최근 사업연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30억~50억원 이상, 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 등이다.

덩치는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적자가 지속되는 유니콘 기업에게는 꿈도 못 꿀 일이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수익성 개선보다 외형 확장에 집중해야 하는 e커머스 업체들에게 코스피 상장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순수 e커머스 상장사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IPO를 추진해왔던 11번가와 티몬 등 전통적인 e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수년 간 흑자전환에 집중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시총 1조원 단독 상장요건에도 실제 유니콘의 코스피 상장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컬리 등이 뉴욕증시로 향하면서 국내e커머스 업체들의 눈높이는 한층 높아졌다"며 "당장 국내 증시에 상장하기 보다 외국계 대형 VC(벤처캐피탈)의 투자 이후 뉴욕 등 해외 증시 상장을 노리는 e커머스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마찬가지다. 무신사는 상장을 위해 법무팀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앞서 무신사는 지난달 세콰이어캐필탈과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을 추가 투자받고 약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인테리어플랫폼 '오늘의집' 운영사인 버킷플레이스도 지난해 10월 글로벌 VC 본드캐피털과 NAVER (181,500원 ▼1,200 -0.66%), IMM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7000만달러(약 788억원)을 투자 받았다. 기업가치는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