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가 먼저' 文대통령에 러브콜 그 이후…국내생산 오리무중, 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4.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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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가 먼저' 文대통령에 러브콜 그 이후…국내생산 오리무중, 왜


예방효과와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mRNA(메신저 RNA)' 계열 모더나 코로나19(COVID-19) 백신의 조기 자체 생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백신업계는 모더나가 자체 생산의 필요충분조건인 기술이전을 빠른 시일 안에 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해당 백신이 기술 이전을 통해 자체생산되면 우리 스스로 생산·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게 돼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됐던 상황. 이 같은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백신국면 진행될 수록 희박해진 자체생산 꿈
13일 제약·바이오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될 여지는 현재로서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 백신 국면 진입 후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 자체생산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사실상 자체생산은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해당 백신의 국내 유통사는 정해진 상태. 모더나 유통은 전량 GC녹십자 (121,300원 ▼3,900 -3.12%)가 맡는다. 국내 도입 허가 절차도 시작됐다. 도입 예정 물량은 2000만명 분. 해당 물량의 도입 시점 등은 국내 접종계획과 맞물려 백신 수급의 뜨거운 감자가 된 상태다.

모더나 백신의 국내 생산여부에 관심이 쏠린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른바 '노바백스 모델'이 될 수 있어서다. 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61,300원 ▼400 -0.65%)가 생산하는데 이 회사가 단순 위탁생산만 맡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달리 노바백스측으로 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한다. 판권도 가지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국내 수급에 대응할 수 있다.

게다가 모더나 백신은 예방효과가 90%가 넘는데다 혈전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 대비 상대적으로 별다른 부작용도 현재까진 나타나지 않았다. 자체생산 성사 시 우리가 얻을 이익이 크다.


백신 국면 초입에는 업계에서도 국내 생산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지난해 말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화상통화에서 위탁생산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며 기대가 증폭됐다. 한미약품 (333,000원 ▼9,000 -2.63%)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mRNA 백신과 DNA 백신 위수탁 생산(CMO/CDMO)이 가능한 시설 기반의 다양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사실상 모더나에 러브콜을 보낼 정도였다.

철옹성 기술이전의 벽, 자체기술 있지만...
 [애스펀=AP/뉴시스] 2020년 12월21일 미국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이틀 뒤 콜로라도주 도시의 한 커뮤니티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2021. 1. 3. [애스펀=AP/뉴시스] 2020년 12월21일 미국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이틀 뒤 콜로라도주 도시의 한 커뮤니티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2021. 1. 3.
하지만 2분기에 접어든 현재 이 같은 기대가 수그러든 까닭은 '기술이전' 벽에 부딪혀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체감한 모더나의 기술이전 벽은 철옹성에 가깝다"며 "전체적 기술이전과 판권은 물론 완제공정(생산된 백신 용액을 주사기 등에 충전하는 과정) 수준의 위탁을 위한 기술이전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생명과학기술의 '끝'으로 통하는 모더나의 mRNA백신은 미국에서도 핵심 미래산업기술로 분류돼 기술이전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전에 mRNA 백신은 인류 역사상 없었다.

mRNA 백신은 따로 단백질이나 바이러스를 배양할 필요가 없어 제조를 신속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도 타 백신 대비 빠르다. mRNA는 항원이 아니라 항원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하는데 백신을 주입하면 인체가 이 설계도를 보고 항원을 만들어낸다. 변이가 발생할 경우 간단히 설계도만 바꾸면 돼 변이 대응도 더 빠르다.

모더나측이 아직 국내 mRNA 백신 생산역량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국내 업계에 mRNA 백신 기술 자체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GC녹십자는 목암연구소에서 해당 기술을 연구 중이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판교연구소에 mRNA 백신 등 플랫폼 확장 연구개발을 진행할 바이오3실을 마련한 상태다. 에스티팜 (88,800원 ▼1,600 -1.77%)은 스위스 바이오사 '제네반트 사이언스(Genevant Science)'로부터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및 상업화에 필수적인 LNP(지질 나노 입자) 약물 전달체 기술을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깊이 숙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내부에서조차 나오는 목소리다. mRNA 백신 기술을 개발 중인 업체들 중 일부에서는 mRNA 백신 기술개발의 목적이 모더나 등 백신의 위탁생산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미래 백신 경쟁력 확보 차원의 기술 개발이라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모더나 등 mRNA 백신 자체생산이 완전히 물건너 갔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꾸준히 기술 기반을 닦아두는 가운데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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