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 철학을 담은 이용주식 블록버스터

머니투데이 권구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4.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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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VS 영생, 공유-박보검의 브로맨스 선문답

'서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서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누구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여 태고적부터 영생에 대한 바람은 다양한 형태로 구현됐다. 무덤 안에 생전에 쓰던 도구는 물론 하인마저 산 채로 묻어 사후의 삶을 준비하기도 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교들이 사후세계와 영생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의 믿음을 구하고 있다.

인류사에 있어 영생에 목말라했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중국의 진시황이다. 불로불사를 원했던 시황제는 자신의 심복인 서복에게 불로초를 찾아올 것을 명했다. 이후 서복은 3000명을 데리고 탐험을 떠났고, 현실에서 완성할 수 없는 명령을 수행하다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동아시아의 수많은 전설로 승화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로 인한 영생에 대한 갈망에 의해 희생당한 셈이다.

오는 15일 극장과 OTT 서비스 티빙에서 동시 개봉하는 영화 ‘서복’ 또한 그 이름을 빌려 죽음과 영생의 간극에 물음을 던진다.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전직 정보국 요원 민기헌(공유)은 마지막 임무로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의 경호에 나선다. 어쩌면 흔히 볼 수 있는 액션 영화의 시작. 하지만 뇌종양으로 1년 남짓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기헌과 DNA 조작으로 인해 영생을 구가하는 서복의 만남은 ‘삶’이라는 타임라인을 저울질 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시작한다.

숨을 쉬고 있는 자라면 누구나 고민했고, 두려워했으며, 해답을 얻지 못한 난제와 마주하는 것이 가벼울 리 없다. 그렇게 영화 ‘서복’의 톤은 예상보다 묵직하다. 공유와 박보검이라는 비주얼 타이틀에 눈의 즐거움을 기대했거나, 복제인간 기술을 둘러싼 SF 액션을 생각했던 관객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다. 그만큼 작품이 품고 있는 메시지만 생각한다면, ‘서복’은 흔히 생각하는 상업 영화와는 조금 다른 궤도를 가고 있다. 하지만 결코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죽음’이란 결국 모두가 마주하고 있는 숙제, 하여 기헌과 서복의 여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서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서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인간 복제에 대한 윤리 문제를 돌아 인간이 부여받은 유한한 삶의 의미를 짚어가는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 철학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공유와 박보검의 선문답을 선택한 것은 관객을 위한 배려다. 여기에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들에게도 나름의 의미와 개연성을 부여하며 탄탄한 서사를 구축했다. 각본을 쓴 이용주 감독의 여러 고민이 느껴지는 지점이자, 어째서 ‘건축학개론’ 이후 ‘서복’까지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출에 있어서도 메시지의 커다란 줄기를 유지하면서도 영화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겠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공유와 박보검의 브로맨스는 간간이 웃음을 안기고, 165억 원이 투입된 만큼 액션과 다양한 효과가 적재적소에 쓰였다. 화려한 배우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서사와 메시지를 넘어서지 않으며, 그렇다고 캐릭터로 배우들을 집어삼키지도 않는다. ‘건축학개론’에서 배우와 캐릭터, 그리고 첫사랑의 이미지가 공존했듯 ‘서복’ 역시 조화로운 앙상블을 끝까지 유지한다.

'서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서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공유는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양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다. ‘도깨비’ ‘빅’ ‘커피프린스 1호점’ 등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스타성을 마음껏 발휘한다면, 영화에서만큼은 ‘도가니’ ‘남과 여’ ‘부산행’ ‘밀정’ ‘82년 김지영’ 등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복’ 역시 같은 연장선에서의 현명한 선택. 짝패 영화의 한 축을 탄탄히 받치고 있다. 박보검은 서복 그 자체다. 그만큼 우리가 보아왔던 배우의 이미지와 서복의 이미지가 많이 닮아 있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홀리다가도 삶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절박함을 드러내며 연민을 자아낸다. 또한 필요할 땐 이빨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야누스적인 플러스 알파를 부여, 배우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내비친다.

덧붙여 “전 갈 곳이 없어요”라는 포스터의 카피라이트처럼 ‘서복’은 코로나19로 인해 꽤 오랜 시간을 표류했다. 결국 최종 도착지는 극장과 OTT 서비스 티빙의 동시개봉. 투자배급사인 CJ ENM이 코로나19로 찾아온 위기를 자회사 티빙이 마주하고 있는 OTT 전쟁의 기회로 삼은 셈이다. 그 선봉장엔 ‘서복’이 서 있다. ‘티빙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을 당당하게 내걸은 만큼 만듦새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하다. 과연 ‘서복’은 영생의 삶, 초인적인 힘을 바탕으로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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