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주4일제', 매출 378억 '껑충'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이창명 기자, 이정혁 기자, 최석환 기자 2021.04.1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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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일하는 방식의 변화, 休休休 (上)

편집자주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가속화했다. 이에 '쉼'에 대한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근무 논의도 시작됐다. 일부 국내 기업도 주4일제 등 휴식권 보장 실험에 나섰다. 다만 법정 근로시간, 임금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란 우려도 있다. 주 4일제를 비롯한 휴식권 전반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자

'놀토' 이어 '놀금' 가능할까…'주4일제' 먼저 해본 그들은 어땠나
주4일제 논의 시작되지만…'시기상조'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주4일제', 매출 378억 '껑충'


전 세계가 '주4일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업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추진되던 주4일제는 코로나19(COVID-19)의 장기화와 맞물려 주요국 정부의 검토 과제로 부상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일하는 방식과 휴식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의 산물이다.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선택적 주4일제 도입을 검토한다. 선택적으로 일주일에 사흘을 쉬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1억 총활약 추진본부'가 주4일제 관련 보고서 초안을 마련한데 이어 정부 차원에서도 검토가 시작됐다.

스페인 역시 중앙정부가 주4일제 희망 기업을 향후 3년 동안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는 2015년부터 시청과 병원, 양로원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나섰지만 비용 문제로 이를 연장하지 못했다.



◆'놀토'에 이어 '놀금'의 시대로

정부보다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기업이다. 미국 인사관리협회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기업 중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의 비율은 27%다. 일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가 시범적으로 주4일제를 실시했다. 근로시간이 비교적 짧은 유럽은 상당수 기업들이 이미 주4일제에 동참했다.

한국에선 교육업체 에듀윌의 사례가 두드러진다. 에듀윌은 2019년 6월 '드림데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를 더 쉬는 주4일 근무 체계다. 쉬는 날은 직원들이 고를 수 있다. 금요일에 쉬는 직원들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 월요일, 수요일 순이다. 쉬는 날이 늘었지만 임금은 줄이지 않았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드림데이 시행 초기 직원들의 업무강도가 높아졌다. 한 사람이 쉬면, 누군가는 그 일을 대체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중된 업무강도는 일자리 나누기로 풀었다. 드림데이 시행 전 470명이었던 에듀윌의 직원은 750명으로 늘었다. 매출도 같은 기간 815억원에서 1193억원으로 증가했다.

에듀윌 관계자는 "좀 더 빠르고 간결한 의사결정을 위해 내부 시스템이나 결재 체계를 모두 바꿨다"며 "이제 막 주4일제를 도입하려는 기업 중 조직문화가 엄격하고 위 아래가 분명한 곳은 누군가의 일을 대신해주기 힘들 수도 있기에 결재 시스템 등을 미리 바꿔놓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업체들도 근무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달부터 '놀금'(노는 금요일)을 격주로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한달에 한번만 '놀금'을 적용했다. 월간 단위로 따지면 사실상 주 4.5일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방식으로 주 4.5일제를 운영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주4일제', 매출 378억 '껑충'
◆임금 삭감 불가피? 업종별 형평성은? 섣부른 논의 '시기상조'

2004년 주5일제가 단계적으로 시작될 때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생산성 저하 우려가 가장 컸다. 하지만 주5일제가 안착하면서 생산성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5일이든 주4일이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적게 일할 때 돈을 덜 받는 근로자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예민한 재계는 주4일제 논의를 '시기상조'라고 규정한다. 재계 관계자는 "연장근로나 탄력근로도 요구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4일제는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다"며 "주52시간도 정착되지 않은 업체가 많은데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논의를 해나가는 것은 섣부르다"고 밝혔다.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4일제가 가능한 업종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업종도 있다"며 "회사 특성에 따라 업무순환이 명확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주4일제가 어려운데도 불필요하게 '나쁜 업종'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주4일제 공약을 제시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돌봄노동 종사자, 안전직무 노동자 등을 중심으로 주4일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생명·안전노동 분야를 중심으로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하고 이를 토대로 확대 여부를 고민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이창명 기자, 이정혁 기자

올해 현충일은 일요일…주4일보다 '못 쉬는 공휴일' 개선이 먼저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주4일제', 매출 378억 '껑충'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자 근로자들의 '쉼'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시작됐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공휴일 제도조차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상황이다.

12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공휴일 제도 개선을 다룬 법률안 3건이 발의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 등 3건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됐다.

이 중 홍 의원의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은 요일지정휴일제를 다루고 있다. 어린이날과 현충일, 한글날을 요일지정휴일제로 정하고 대통령령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공휴일 제도를 법률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요일지정휴일제는 일본에서 '해피먼데이'(Happy Monday)라고 부른다.

홍 의원의 안에 따르면 어린이날은 5월 첫째주 월요일, 현충일은 6월 첫째주 월요일, 한글날은 10월 둘째주 월요일에 쉬도록 규정한다. 올해만 하더라도 현충일이 일요일이다. 토·일요일과 겹쳐 쉬지 못하는 공휴일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요일지정휴일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홍 의원은 동일한 법안을 19대(2016년), 20대(2017년)에 이어 21대(2020년)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했다. 정부에서도 이를 검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2016년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요일제 공휴일 등 공휴일 제도의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경제정책방향을 설계했던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이 현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이 정책실장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으로서 2017년 2월 '내수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을 추진하기도 했다. 민·관이 자발적으로 매월 하루를 정해 단축근무를 하는 제도다.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Premium Friday)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실제로 기재부 등 일부 부처가 이 제도를 시행했다.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민간으로 확산되지 않았고 공공부문에서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대체공휴일의 확대 역시 꾸준히 검토된 사안이다. 현재 대체공휴일은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에만 적용한다. 민형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은 선거일을 제외한 모든 공휴일에 대체공휴일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체공휴일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경제상황과 맞물린 공휴일 제도의 개선을 검토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월급 줄여도 불가능"…주4일제 난색 표하는 재계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주4일제', 매출 378억 '껑충'
“2004년 당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 주장한 분들의 우려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우려와 달리 주5일제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심지어 기업에서도 생산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공약으로 내건 ‘주4일 근무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지만 재계에선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단 주장이다.

실제로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이 단축 근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경영자와 인사팀 직원 2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은 주4일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업무일정을 맞출 수 없고 생산성이 줄어들 것’이란 점을 주4일제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근무시간을 줄인 만큼 급여를 줄여도 주4일제 도입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고, 정치권의 기대와 달리 추가 채용도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임금 삭감을 둘러싼 갈등도 해결 과제로 거론된다. 낮은 기본급 때문에 초과근무로 임금을 보전받는 근로자들의 경우 주4일제가 도입되면 초과근무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노동생산성도 높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 삭감 없이 주4일제를 도입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제 도입을 위한 임금조정이 노사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4일제와 다른 근로시간을 가진 근로형태가 혼합돼 있을 땐 임금체계와 성과급, 업무평가, 승진 등을 둘러싼 노-노 갈등의 여지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도 “주4일제가 생산성을 기반으로 한 개별 기업의 자율이 아니라 규제나 노조의 압박에 의해 무리하게 시행된다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독이 될 수도 있다”며 “규제개혁, 노동개혁,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제도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근로시간 단축도 최저임금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주4일제를 선택적으로 시행 중인 기업에서도 전면 도입 여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한다. 근로 단축을 고민하는 이유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근무형태 변화 필요성과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52시간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4일제 도입 논의는 이른감이 있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과 임금, 인사관리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 개별 기업의 상황에 맞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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