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곽동연, 악당이어도 결코 밉지 않아!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4.13 10:06
글자크기
곽동연, 사진출처=tvN '빈센조' 방송화면곽동연, 사진출처=tvN '빈센조' 방송화면


'미친 존재감'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조연이지만 주연배우 못지않은 활약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빼앗아버렸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 연출 김희원)에서 반전 있는 캐릭터 장한서를 연기 중인 배우 곽동연의 이야기다.

'빈센조'에서 곽동연이 연기하는 바벨그룹 구 총수 장한서는 매우 입체적인 인물. 부와 권력을 무기로 폭력과 갑질, 횡포를 일삼는 재벌이긴 하나 서자 출신의 무지렁이요, '악의 화신'인 형 장한석(옥택연) 앞에선 어린아이처럼 작아지는 '반전 캐릭터'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명무실의 꼭두각시다. 이런 장한서의 이중적인 면모는 곽동연이라는 배우를 만나며 더욱 빛나고 있다.

곽동연은 극 중 빈센조(송중기)를 비롯해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이라면 살인, 폭행 등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빌런으로 등장해 극 초반 시청자들의 ‘욕받이’가 됐다. 하지만 선대 회장의 서자인 그는 형 장한석의 꼭두각시에 불가한 인물이었고, 짠한 서사를 지닌 반전 면모가 드러나자 상황이 반전됐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강철로 무장한 악당이 아니라 여기저기 빈틈이 많은 '귀여운 악당'이었던 것. 이에 미움은 사라지고 응원받는 캐릭터가 됐다.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 홍차영(전여빈)과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다크히어로물이다. 장한서는 극중 빈센조와 대립축을 이루는 악당 무리 중 하나. 죄의식이 없는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아예 감정이 결핍된 보통의 사이코패스와 달리 장한서는 '강약약강'(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한)의 처세술을 지닌 복합적 심리를 가진 캐릭터다.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조금의 인정도 없지만, 권력자인 형 장한석 앞에선 한없이 몸을 낮춘다.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바벨 그룹 중역들에게 매운 음식으로 고문하고, 아이스하키장에 불러내 퍽을 내던지며 복종과 공포심을 이끌어낸다. 반면에 형 장한석 앞에선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도 못할 만큼 벌벌 떨며 상반된 태도를 보여준다.

곽동연, 사진출처=tvN '빈센조' 방송화면곽동연, 사진출처=tvN '빈센조' 방송화면
본래 나약했던 그가 지닌 잔인함은 장한석이 자신에게 했던 방법과 동일한 것으로, 형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자아가 뒤틀리면서 발현된 폭력성이다. 장한서는 본체의 어수룩한 모습 속에 분노와 열등감, 야망 등을 감춰두며 내면에 칼날을 숨겨둔 인물이다. 형에 대한 두려움이 거짓은 아니지만, 두려운 만큼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크다. 사냥터에서 오발을 가장한 채 형을 쏜 것이 잠재된 욕망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이후 어제의 적이던 빈센조에게 손을 내밀며 더 큰 갈등을 예고했다.

곽동연은 탁월한 캐릭터 묘사로 ‘빈센조’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인물을 구현해내고 있다. 돼지피를 뒤집어써 망신당한 장한서의 모습에 히죽거리면서도 티 내지 않으려 참는 모습은 대사 하나없이 표정만으로 그가 지닌 디테일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상황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곽동연의 찰나의 표정 연기는 드라마에서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 때때로 이런 그의 존재감은 최강 빌런 장한석의 존재감을 잠식하기도 한다. 덕분에 시청자 입장에선 다소 약하게 느껴졌던 장한석의 빌런미를 장한서로 대체하며 몰입도 있게 극에 빠져들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곽동연은 첫 악역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상황마다 표정과 동작을 달리하며 매력적이게 장한서를 연기하고 있다. 다소 과장된 듯하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청자들을 매료하고 있다. 또 신마다 달라지는 분위기의 디테일은 캐릭터의 또 다른 변주를 기대하게 만든다. 지난 행보를 뒤돌아봤을 때 장한서는 분명한 악인이지만 본체가 지닌 '너드미'마저 사랑스럽게 연기한 곽동연 덕분에 도리어 그를 응원하게 만든다.

곽동연은 '빈센조'를 통해 배우로서 한단계 올라섰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곽동연의 재발견'이라는 극찬사까지 나온 걸 보면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알 수 있다. 아직 발전의 가능성이 더 많은 25세의 이 어린배우에게 벌써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니 또 한 명의 명배우의 탄생을 기대해볼 만하다.

한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