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체 한진의 '게임사업'...그 뒤엔 조현민의 '게임 사랑'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1.04.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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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한진 부사장. /사진제공=㈜한진조현민 ㈜한진 부사장. /사진제공=㈜한진


한진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한진이 신사업 모델 발굴·강화의 일환으로 게임산업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진의 신사업 개발을 총괄하게 된 조현민 부사장의 의지가 주도적으로 반영되면서다. 최근 물류업계 전반에 업종 교류를 통한 신사업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게임산업과 연계는 특히나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내달 초 공식 출시가 예정된 모바일게임 '택배왕 아일랜드'의 마무리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부 베타테스트를 통해 이달 안에 보완작업을 끝낸 후 차질없이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은 지난해말 외주 제작업체를 선정해 해당 게임의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게임 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기획은 조 부사장이 맡은 마케팅실이 이끌었다. 조 부사장이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업무를 맡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진으로 오자마자 관련 준비에 나선 셈이다.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지금까지 물류업계와는 뚜렷한 접점이 없던 생소한 분야로 인식돼 왔다. 물류업계가 그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신사업들은 대부분 택배사업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지닌 분야에 국한돼 왔기 때문이다. 당장 한진만 하더라도 택배전기차 개조사업, 택배물류 스타트업 발굴(한진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 등이 최근 진행해온 신사업 개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런만큼 이번 모바일 게임 개발은 '로지테인먼트(로지스틱스+엔터테인먼트)'라는 새 영역을 창출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비스 소비에서 문화 소비로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를 주도한 조 부사장은 이전부터 게임산업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유명하다. e스포츠 초창기였던 2010년 대한항공이 스타크래프트 리그 대회의 공식 스폰서를 맡아 후원한 것도 조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이후 진에어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네이밍 스폰서 활동, 게임단 인수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게임업계에서 인지도를 쌓아왔다.

조 부사장의 관심과 별개로 게임산업 자체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15조5750억원으로 10년 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와 내년의 경우 각각 매출액이 17조원,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업계 역시 택배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저조하다. 택배단가 등 업계내 과도한 출혈경쟁 여파 때문이다. 실제로 한진의 경우 최근 영업이익률(2018~2020년)이 2.1%, 4.4%, 4.9%에 그치고 있다. 그런만큼 이번 게임산업 진출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회사 전반의 수익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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