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국장도 해외여행 픽했는데'…거꾸로 가는 여행시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4.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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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각국 백신여권·트래블버블 등 여행교류 재개 준비…한국은 세계 최저수준 접종률 등 방역위기가 걸림돌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 '네고왕'을 통해 유통업계 흥행공식으로 떠오른 방송인 광희가 웹예능 '광국장'을 시작하자마자 스타벅스에 이어 찾은 곳은 하나투어였다. 광희는 지난 8일 공개한 유튜브에서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와 의기투합, 미국 시애틀과 태국 등 해외여행상품을 기획했다.

#국내 대표 OTA(온라인여행사) 인터파크투어는 지난달 항공권 가격을 동결한 '얼린 항공권'을 선보였다. 약 3주 동안 판매한 결과 구매 고객이 1만2000명을 돌파했다. 당장 사용할 순 없지만 언제든 여행만 가능해지면 곧바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코로나19(COVID-19)로 끊어진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폭발할 조짐이다. 마침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백신여권 등을 준비하기 시작하며 조만간 여행길이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과 달리 국내 여행시계는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사랑·승진보다 여행이 먼저
CJ ENM의 웹예능 유튜브 광국장에서 지난 8일 방송인 광희(가운데)가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와 여행상품 기획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유튜브 스튜디오 와플 채널 캡처CJ ENM의 웹예능 유튜브 광국장에서 지난 8일 방송인 광희(가운데)가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와 여행상품 기획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유튜브 스튜디오 와플 채널 캡처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여행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OTA 부킹닷컴이 최근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가 '올해 여행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67%는 '사랑을 찾기보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여행을 갈망했다. 심지어 10명 중 7명(72%)은 '승진보다도 여행이 먼저'라고 답할 정도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참았지만, 봄과 함께 소비심리가 살아나며 '소비 끝판왕'인 해외여행 수요까지 높아진 것이다. 매출이 1년 이상 '제로(0)'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나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의 주가는 지속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네스 반도의 그린다비크에 있는 파그라달스피아들 화산의 용암 분출을 관광객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사진=AFP, 뉴스1지난달 21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네스 반도의 그린다비크에 있는 파그라달스피아들 화산의 용암 분출을 관광객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사진=AFP, 뉴스1
해외 국가들의 영향도 크다. 이미 주요국들은 굳게 잠갔던 여행문을 열기 시작했다. 영국은 지난 9일 신호등 시스템을 접목한 백신여권 프로그램을 내놨다. 여행지 안전도에 따라 녹색·황색·적색으로 나눠 단계별 격리를 면제하는 게 골자로, 이르면 내달부터 해외 여름휴가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일엔 대만 관광객 100명이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남태평양 팔라우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팔라우 정부가 방역 모범국인 대만과 트래블버블(TravelBubble·비격리여행권역) 협정을 맺으면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오는 19일부터 트래블버블을 시행한다. 동·서양 대표 관광국인 태국과 그리스도 본격적으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韓 2주 자가격리 해제는 언제쯤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재개한 12일 오후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소방관과 보건교사 등 접종 대상자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뉴시스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재개한 12일 오후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소방관과 보건교사 등 접종 대상자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여행사들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상품을 출시하며 대비에 나선 지 오래다. 참좋은여행은 지난달 홈쇼핑에서 패키지(PKG) 여행상품을 판매해 1만5000건의 주문을 받으며 4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나·모두투어, 롯데제이티비 등도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행업계 안팎에서 해외여행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늦어도 올해 하반기엔 가능할 것이란 당초 예상이 빗나갈 조짐이 보이면서다. 해외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자가격리 2주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코로나 확산세 안정과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필수인데, 이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대만 북부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팔라우-대만 간 맺은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협약으로 팔라우를 여행하는 대만 여행객들이 출발 전 코로나19 항원 검사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AFP, 뉴스1 지난 1일(현지시간) 대만 북부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팔라우-대만 간 맺은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협약으로 팔라우를 여행하는 대만 여행객들이 출발 전 코로나19 항원 검사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AFP, 뉴스1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 45일이나 지났는데도 접종률이 3%를 미치지 못하고 있다. 11월까지 집단면역(접종률 70%) 형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 수도 600~700명대로 급증했다. 이 경우 해외에서도 한국과 트래블버블 등 여행교류를 재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영국이 추진 중인 신호등 백신여권에서도 한국은 안전한 나라로 분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여행업계에선 모처럼 맞이한 여행특수를 날려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최악의 경영난을 버텼는데 올해도 해외여행이 불가능하다면 살아날 여지가 없다"며 "상황에 따라 자가격리를 완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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