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줄여도 불가능”..주4일제 난색 표하는 재계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21.04.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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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일하는 방식의 변화, 休休休③

편집자주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가속화했다. 이에 '쉼'에 대한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근무 논의도 시작됐다. 일부 국내 기업도 주4일제 등 휴식권 보장 실험에 나섰다. 다만 법정 근로시간, 임금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란 우려도 있다. 주 4일제를 비롯한 휴식권 전반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2004년 당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 주장한 분들의 우려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우려와 달리 주5일제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심지어 기업에서도 생산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공약으로 내건 ‘주4일 근무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지만 재계에선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단 주장이다.



실제로 기업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이 단축 근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경영자와 인사팀 직원 2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은 주4일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업무일정을 맞출 수 없고 생산성이 줄어들 것’이란 점을 주4일제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근무시간을 줄인 만큼 급여를 줄여도 주4일제 도입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고, 정치권의 기대와 달리 추가 채용도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임금 삭감을 둘러싼 갈등도 해결 과제로 거론된다. 낮은 기본급 때문에 초과근무로 임금을 보전받는 근로자들의 경우 주4일제가 도입되면 초과근무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노동생산성도 높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 삭감 없이 주4일제를 도입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제 도입을 위한 임금조정이 노사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4일제와 다른 근로시간을 가진 근로형태가 혼합돼 있을 땐 임금체계와 성과급, 업무평가, 승진 등을 둘러싼 노-노 갈등의 여지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도 “주4일제가 생산성을 기반으로 한 개별 기업의 자율이 아니라 규제나 노조의 압박에 의해 무리하게 시행된다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독이 될 수도 있다”며 “규제개혁, 노동개혁,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제도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근로시간 단축도 최저임금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주4일제를 선택적으로 시행 중인 기업에서도 전면 도입 여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한다. 근로 단축을 고민하는 이유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근무형태 변화 필요성과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52시간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4일제 도입 논의는 이른감이 있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과 임금, 인사관리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 개별 기업의 상황에 맞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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