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방문중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에스학 자한기리 이란 제1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내년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는 이란은 그동안 중동 최대 수출 시장이었다. 2010년대 초반 연간 교역액이 170억달러(19조원)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8년 5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 복원에 나서면서 한-이란 교역량은 급격하게 줄어, 지난해 기준 연간 교역액이 1조9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와 에스학 자한기리 이란 제1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그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이 이란에 대한 의약품과 의료장비 판매도 자제했다"며 "이러한 조치들은 항상 긍정적이고 우호적이었던 이란 사람들에게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을 크게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자한기리 부통령은 "정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이란의 기대감을 노골적이고 투명하게 표현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란의 자금을 풀어주고 최근 몇 년간의 문제들을 실질적인 대책으로 보상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여러 풍랑 속에서도 굳건히 이어져온 한국과 이란의 우호관계는 최근 다시금 도전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이뤄진 이날 저의 테헤란 방문은 양국간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한국의 의지표명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이란의 핵합의 관련 당사국간 건설적인 대화의 진전을 측면 지원할 용의가 있다"며 "이란의 원화자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이란을 포함한 관련국과 가능합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양국간 경제협력 재개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최근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관계국 간의 대화가 건설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이란 관계의 재도약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가는 것은 양국 국민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며 "향후 이란 핵합의 복원과 완전한 이행시 양국간 협력이 신속하고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추진 가능한 협력분야를 점검하고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도 했다.
특히 양국은 이란 핵합의 복원 이후 곧바로 경제협력에 나설 수 있도록 사전에 협력가능한 사업들을 목록화하고 준비하는 실무 작업을 진행하는 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정 총리는 "이미 2016년 공표한 포괄적 파트너십에 따라 건설 및 인프라 분야 에서 371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협력 등 다수의 협력사업을 논의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양국읜 경제협력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경제협력 점검 협의체를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로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COVID19) 위기 극복을 위해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고, 그동안 '한-이란 인도적 교역 워킹그룹'을 통해 진행해온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 인도적 교역이 확대돼 이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과거 양국간 우호중진에 많은 기여를 했던 학술교류사업, 직업훈련 및 의료분야 인적교류 확대 등도 다시금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선박 나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이란의 노력도 촉구했다. 정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항행의 안전과 에너지 안보에 결정적인 만큼 이 해협 내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란측에)강조했다"고 밝혔다.
자한기리 부통령과의 회담에 이어 정 총리는 12일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및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前 이란 국회의장) 등 이란 최고위급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현지 진출 기업인과 간담회를 갖은 후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