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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합의, 韓 배터리 다시 뛴다…中과 대결에 폭스바겐 대응까지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4.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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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합의]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사진제공=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소송을 벌이던 SK이노베이션 (266,500원 2500 -0.9%)과 LG에너지솔루션이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경쟁도 다시 한·중 구도로 개편될 전망이다. SK와 LG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쓰지 않고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한국 배터리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ITC(국제무역위원회) 판결 거부권 행사 시한(한국시간 12일)을 하루 앞둔 11일 배터리 분쟁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2019년 4월 29일 LG측의 제소 이후 2년 만이다.

지난 1월 ITC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결과가 나오면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받았다. SK이노베이션과 이미 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한 포드와 폭스바겐에 한해선 각각 4년과 2년간 수입이 허용됐다. SK이노베이션이 26억 달러를 투자한 미국 조지아공장의 가동 여부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이었지만 이번 양사의 극적 합의를 통해 정상 가동될 수 있게 됐다.



LG-SK 싸우는 동안 폭스바겐 '각형배터리 전환' 독립선언
하지만 양사가 싸우면서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완성차 1위 업체인 폭스바겐은 지난달 15일 '파워데이'를 열고 한국산 파우치형 배터리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산 각형 배터리 비중을 늘리고 자체 생산분을 확대하겠다는 명실상부한 배터리 독립선언이었다.

폭스바겐은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도입해 2030년 전체 전기차 모델의 80%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연간 24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각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 내에 6개 지어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전체 생산량의 두 배에 해당한다.

양사는 폭스바겐의 수년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지만 향후 수주 가능성이 낮아졌다. 배터리업계와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신규발주 물량은 1400GWh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폭스바겐그룹(폭스바겐·아우디·포르쉐 등)의 발주 물량은 400GWh다. 이 물량은 중국 CATL과 BYD 등 각형 배터리 업체들이 대부분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

中 기업만 이득…CATL 1위 굳히기, SK이노 5위 밖으로
결국 LG와 SK의 2년간의 소모전으로 이득을 챙긴 것은 중국 배터리 기업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LG와 SK가 싸우는 동안 빠르게 입지를 넓혔다.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1위를 다투던 중국 CATL은 올해 1~2월 시장 점유율에서 큰 폭으로 앞서며 1위를 굳혔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272.1% 늘어난 8.0GWh(기가와트시)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시장 점유율은 전년 같은 기간 17.3%에서 올해 31.7%로 껑충 뛰었다. 중국 CATL의 이같은 시장 성장률은 시장 평균을 훨씬 웃돈다.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25.2GWh로 전년 대비 102.4% 늘었다.

CATL만 약진한 게 아니다. 중국 BYD, CALB, 궈쉬안(Guoxuan) 등도 큰 폭 성장했다. 특히 BYD가 점유율 7.0%로 4위에 오르면서 지난해 4위와 5위를 차지했던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5위와 6위로 밀려났다. BYD 배터리 사용량은 올해 1~2월 전년 대비 401.8% 늘어난 1.8GWh를 기록했다. CALB는 8배 오른 0.8GWh를 기록해 7위, 궈쉬안은 153.2% 오른 0.5GWh로 9위다.

합의 후 파우치형 진영 공동 대응…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 협업 기대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양사의 합의는 불가피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합의로 LG와 SK가 파우치형 배터리 진영으로써 각형 배터리 전환 추세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소송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폭스바겐과 합작사 설립 등으로 완성차업체의 내재화 선언에 대응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내부 분쟁을 정리한 덕분에 국내 배터리업계는 중국산 배터리보다 효율·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출력이 높은 전고체 배터리 등 신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순위 과제다. 한국은 일본, 미국 등에 비해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이 늦어진 상태다.

그간 한국이 배터리 R&D(연구개발) 분야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만큼 배터리업계의 협업도 기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최종현학술원의 '배터리 기술의 미래' 특강 환영사에서 "배터리 시장이 최근 성공한 것은 산학에 몸 담고 있는 연구자간 오랜 협업 덕분"이라며 각계 연구진간 협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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