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콘, '핀테크 업계의 인텔' 코스닥 시장 바람 일으키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1.04.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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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핀테크 산업 성장 이끈 '쿠콘 inside'… 데이터 3법개정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주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 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쿠콘, '핀테크 업계의 인텔' 코스닥 시장 바람 일으키나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세계적인 투자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생활속에서 투자할 종목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월가의 영웅이라 불렸던 피터린치는 아마추어 투자자들에게 “집이나 직장과 가까운 곳에 10배 넘는 수익을 내는 종목이 숨어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자주 구매하고 사용하며,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게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주가는 자연스레 오르게 돼 있다는 것이다. 쉬운 얘기처럼 들리지만 막상 실전에 적용하려면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피터린치가 활약했던 1970~1990년대에서 50년 가까이 지난 현재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변모한 시대다. 그가 투자했던 코카콜라나 던킨도너츠는 이제 애플과 테슬라, 아마존으로 대체됐고 바이오업처럼 연구실 상황만으로 주가가 급변하는 업종도 많아졌다. 심지어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 고수들이 생활속의 주식을 찾으라고 권하는 이유는 검증과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리에 늘어나는 테슬라 전기차로 이를 가늠할 수 있다. 난이도는 높아졌지만, 생활속 본질을 보는 시야만 갖게 되면 돌아오는 수익율은 과거의 몇곱절이다.

핀테크업계의 인텔, 코스닥 등판채비
이런 측면에서 들여다봐야할 기업이 있는데 ‘핀테크 업계의 인텔’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쿠콘이다. 웹케시 (9,160원 ▲70 +0.77%) 관계사이기도 한 쿠콘은 이번주 기관 수요예측과 다음주 공모청약을 거쳐 이달 말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누구나 하루에 한번 이상 사용할 정도로 생활에 침투해 있지만, 정작 잘 모르는 소비재 산업이 있다. Finance(금융)와 Technology(기술)를 합해 핀테크(FinTech)라 통칭하는 전자금융 서비스 산업이다.


컴퓨터나 전화, 스마트폰을 통한 은행 계좌이체부터 온라인 주식거래, 비대면 보험가입과 대출, 예금가입, 아파트 관리비 납부, 중고차 매매, 암호화폐, 카카오페이, 네이버쇼핑, 음식배달 서비스 등 모두가 핀테크 상품이자 서비스다. 시장이 너무 커 보이지 않을 뿐, 규모로만 보면 자율주행이나 전기차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핀테크 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클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서비스, 상품개발이 몰라보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상품개발과 시장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가 용이해졌고 자금결제 같은 연계 서비스도 크게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예전에는 주식계좌를 개설하려면 반드시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했어야 했다. 신분확인과 거래약정서 작성, 입출금 계좌연계를 포함한 자금이체 등 각종 서비스 신청을 온라인으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집에서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비대면 대출신청도 마찬가지다.

업무비용 정산도 직장인들에게는 손톱 밑 가시였다. 법인카드를 쓰면 한달간 카드 영수증을 모아 제출해야 했고 개인카드는 사용내역까지 적어 내야하는데, 마감시간을 놓치면 비용을 돌려받기가 무척 곤란했다. 이를 전산화하려는 아이디어는 있었으나 실제 서비스 개발은 어려웠다. 수십곳 은행과 카드사를 방문에 담당자를 설득해야 했고 이를 연결한 전산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여기에 프로그래머를 채용해 인증과 보안, 사후관리와 유지보수까지 도맡아야 해 이익은 고사하고 앱을 만드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스비, 전기세, 관리비 자동이체 앱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서비스와 앱이 모두 만들어졌고 저렴한 비용에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개인, 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에 산재돼 있는 근거자료를 공유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만들 여력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반제품 형태의 프로그램인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많이 개발돼 있다는 점도 개발기간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쿠콘, '핀테크 업계의 인텔' 코스닥 시장 바람 일으키나
이처럼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의 밑작업을 해줄 수 있도록 돕는 기업들이 핀테크 시대 개막을 앞당기고 있는데, 대표주자가 바로 쿠콘이다.

쿠콘은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수집, 연결, 조직화해 5만여개비즈니스 정보와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넘버 원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은행 80여곳 △카드 20여곳 △증권 30여곳 △보험 40여곳 △VAN 20여곳 △국세청과 4대보험 등 공공기관 50여곳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 물류부문 60여곳 △오픈마켓 배달앱 등 E커머스 70여곳 등 총 500여개 기관에서 매일같이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이 뿐 아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파나마, 인도, 파키스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 러시아, 중국 등 40여개 국가에서 2000여 금융기관 정보를 수집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기도 하다. 아시아권 정보는 무척 강력하고 미주와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수집하는 정보의 양이 급증하는 추세다.

핀테크 빅데이터만 3000만건 이상. 금융 결제네트워크도 큰 힘
김종현 쿠콘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종현 쿠콘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렇게 모은 빅데이터만 3000만건(지난해 하반기 기준)이 넘는다. ‘오픈뱅킹-오픈API-제휴API ‘의 연결구조를 만들어 국내 최초 오픈 API를 구축한 곳도 쿠콘이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은행 22곳, 카드사 15곳, 증권사 20곳을 묶은 금융결제 네트워크를 실시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종현 쿠콘 대표는 “비대면 계좌개설이나 대출신청을 받기 위해서는 개인소득정보와 본인확인, 자산정보, 은행거래내역 등의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며 “개인 뿐 아니라 기업들이 사업, 금융 등에서 거래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수집, 가공, 제공하는 역할을 우리가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토스나 카카오뱅크 같은 핀테크 업체들은 고객들의 대출문의가 들어오면 나이와 급여수준을 비롯해 신용정보가 유사한 고객군을 찾아 대출한도나 조건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설명이다. 자산관리 업체들도 고객들이 어떤 은행과 거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데, 이런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중반에 인터넷뱅킹과 개인자산관리 같은 금융서비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었다”며 “금융기관들이 이를 쉽게 개발한 것 처럼 보이는데, 정작 실무진에서는 서비스 개발을 위한 데이터와 정보가 없어 힘들다고 호소하곤 했다”고 말했다.

쿠콘은 국내에 있는 여러 데이터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가 되자 고객사들이 크게 늘어났다. 해외 기업과 거래를 해야하는데 거래해도 괜찮은 기업인지 검증해 달라는 등 다양한 데이터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쿠콘이 중국, 캄보디아, 일본 등에 해외법인을 만들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이 때다.

김 대표는 “각 은행의 입출금 내역 데이터를 수집해 제공한다고 하면 간단한 것 같지만 실무적으론 쉽지 않다”며 “각 은행에서 데이터를 가져와야 하는데 각각 포맷이 달라 이를 표준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A은행은 입출금 날짜와 시간, 금액만 있고 B은행은 초단위거래를 비롯해 수표와 현금내역까지 제공하는 등 정보의 양과 내역이 다르다는 것이다. 오픈마켓에서 가져오는 데이터도 이와 유사하다. 어떤 소비자들이 어떤 배달앱으로 어느 시간에 어떤 음식을 주문해 먹느냐는 것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표준화하고 있다.

이처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스몰 데이터를 모아 빅데이터로 만들고, 핀테크업체들이 이를 곧바로 상품개발과 마케팅분석에 쓸 수 있도록 표준화 해주는 일을 쿠콘이 한다.

김 대표는 “핀테크 협회 회원사가 과거 100곳에서 지금은 300개가 넘었다”며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늘어난다는 얘기인데, 주로 우리에게 개발이 가능한지 문의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1년사이 헬스케어와 관련한 핀테크 회사들에게 연락이 많이 오는데 건강검진과 투약내역까지 원하는 데이터가 다양하다”며 “헬스케어와 빅데이터, 핀테크가 결합하면 시너지가 엄청난데 대표적으로 보험분야가 그렇다”고 언급했다.

핀테크와 관련한 거의 모든 사업을 하기 때문에 투자자입장에선 모든 사업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서비스하는 API에 따라 분류를 해보면 △개인정보 △기업정보 △전자금융 △간편결제 △글로벌 등 5개 부문이 있다.

개인정보 API는 주로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는 핀테크 업체에 활용된다.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비대면 금융서비스에도 많이 활용된다. 개인 자산정보, 소득정보, 헬스케어 패키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업정보 API는 기업 자금관리 서비스, 경비지출 관리 서비스, 기업 내부 업무 자동화 등에 활용된다. 기업자금정보 패키지, 법인카드 EDI(전자문서교환),사업자 휴폐업 조회 등이 이 영역이다.

전자금융 API는 대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동이체, 지급이체, 가상계좌 등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서비스다. 간편결제API는 예금주조회, 1원인증, 모바일 간편결제 등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글로벌 API는 해외 현지 개인, 기업 서비스를 구현하거나 글로벌 자금관리를 다룬다.

가상계좌로 가스요금 납부하고 법인카드 영수증 없애고 실시간 회사 경영상태 파악까지
쿠콘과 거래하는 기업들을 보면 업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삼천리는 쿠콘의 가상계좌 API를 사용해 매달 고객들이 가상계좌로 가스요금을 납부하고 연체가 발생하면 고객들에게 안내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천리가 쓰는 가상계좌만 연 평균 500만개 정도다.

매월 1300만명이 이용하는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도 하고 있는데 쿠콘이 제공하는 개인자산정보 패키지를 통해 은행정보로 통합계좌조회 서비스를 구현했고 보유 계좌목록과 계좌잔액, 입출금 내역 등을 제공하고 있다.

카드정보를 활용해 보유카드 목록을 정리하고 카드별 결제 예상액, 이용내역, 카드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실적충족 내역과 부족금액까지 한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쿠콘 증권정보로 보유한 증권계좌까지 연결해 다양한 증권사의 투자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식-펀드 조회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했다.

비즈플레이의 무증빙 경비처리 솔루션의 핵심기능에도 쿠콘의 API가 들어가 있고 해피머니의 온라인 간편결제와 환불서비스도 이를 활용한 것이다. IBK기업은행의 비대면 서비스와 개인사업자-법인고객 특화서비스인 IBK알파브리핑 서비스에도 쿠콘이 있다.

알파브리핑은 기업고객이 보유한 당행, 타행 은행계좌의 실시간 내역, 전 카드사의 법인카드 지출, 매출, 전자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내역 등을 한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쿠콘의 사업 경쟁력은 실적에서 확인된다. 매출액은 2019년 412억원에서 지난해 513억원으로 25% 늘었고 영업이익은 62억원에서 112억원으로 80%나 급증했다. 순이익은 91억원에서 188억원으로 106%올랐다.

쿠콘의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2020년 8월부터 사업자들이 개인의 동의를 받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해주는 마이데이터산업(신용정보관리업)이 가능해졌다. 마이데이터가 허용되면 개인은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금융데이터의 주인을 금융회사가 아니라 개인소비자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4900억, 공모가 상단 적용한 시가총액 3182억
김종현 쿠콘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종현 쿠콘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 대표는 "2018년에는 한 고객 당 API가 12개 정도로 은행, 카드, 차량조회 등의 분야였는데 지난해 말에는 33개로 늘었다"며 "이는 핀테크 업체들이 사용하는 데이터와 서비스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로 우리 같은 데이터 업체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쿠콘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에 PER 26.11배를 적용해 기업가치 4900억원을 인정받았다. 이달 13~14일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19~20일 공모청약을 거쳐 이달 말 코스닥에 등판한다. 공모가 희망밴드(3만1000원~4만원 ) 상단기준으로 산정한 시가총액은 3182억원, 공모규모는 645억원이다.

김 대표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우리 사업에 대해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상장 공모자금은 해외 데이터 사업 활성화와 전산 시스템 투자 등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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