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머니]35억 투자받은 스타트업…"폐기물 시장 탄탄"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1.04.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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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핫딜]폐기물 처리 플랫폼 '리코', 35억 시리즈A 유치...ESG 이슈로 수혜 기대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업박스 폐기물 처리 모습 사진/사진제공=리코업박스 폐기물 처리 모습 사진/사진제공=리코


[이노머니]35억 투자받은 스타트업…"폐기물 시장 탄탄"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체계적인 폐기물 관리와 친환경적 처리 방식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똑똑한 폐기'(스마트 웨이스트) 시장이 커지면서 폐기물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처리해주는 스타트업도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미국의 폐기물 처리업체 루비콘글로벌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폐기물 처리 스타트업 리코가 이달 7일 스파크랩과 DSC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 D3쥬빌리파트너스 등 국내 굵직한 벤처캐피탈(VC)과 임팩트 투자사로부터 35억원의 초기 단계(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관련 시장 규모는 9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폐기물 배출·수거·처리와 재활용 부문은 약 20조원이다. 업계에서는 공공·민간 영역을 포함해 연평균 8% 이상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업장 폐기물 수거·운반 이후 재활용까지
김근호 리코 대표 사진 /사진제공=리코김근호 리코 대표 사진 /사진제공=리코
2018년 설립된 리코는 사업장 폐기물 관리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자체 운영 중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업박스'를 통해 개별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수거·처리한다. 업박스를 이용하는 기업과 사업주들은 자신들이 배출한 폐기물량과 탄소배출량, 재활용 결과 등의 환경 기여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 국내 폐기물 수거·운반업체는 7000~8000개로 추산된다. 전국 시군구 지역자치단체별로 잘게 쪼개져서 운영되는 탓에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 서비스 공급자인 폐기물 수거자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수거량 부풀리기나 과다비용 청구, 서비스 품질 저하, 불투명한 정보관리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리코의 주력 사업서비스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음식폐기물이다. 이를 정기적으로 수거·운반하고 다시 사료·퇴비로 재활용한다. 이 모든 과정을 디지털 정보로 기록·저장해 분석한다.

리코는 2019년 1월 업박스 시범서비스 이후 2년 만에 GS리테일, 신세계푸드, 리솜리조트, CJ푸드빌, 아워홈, 한화호텔&리조트 등 600여개 이상의 기업간 거래처(B2B)를 확보했다. 첫 서비스 이후 현재까지 재활용한 폐기물은 누적 1만4000톤이다. 온실가스 저감효과는 2만2000kg에 달한다.


올해는 급식업체 등 수도권 서비스를 확대해갈 계획이다. 현재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북부, 충청도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장을 확보하고 있다. 대기업과 협업 프로젝트도 강화한다. GS리테일과는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GS리테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음식폐기물을 수거, 다시 퇴비로 만들면 이를 GS리테일이 되산 뒤 거래농장들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김근호 리코 대표(사진)는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지역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주 거래처인 기업들의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ESG 경영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DSC인베스트먼트 등 35억원 초기 투자
리코의 이번 시리즈A 투자유치에는 기존 투자자인 스파크랩 외에도 DSC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 D3쥬빌리파트너스가 신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원수섭 DSC인베스트먼트 이사는 “리코가 추구하는 폐기물 플랫폼 전략은 '파편화'된 기존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이라며 "파편화된 시장(fragmented market)은 교환비용이 클 수록 플랫폼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 기회가 크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원 이사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택시가 파편화된 택시 운송업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며 "폐기물 처리 시장도 7000여개 업체가 난립해 극도로 파편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혁신 플랫폼 사업자가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ESG 경영 등 시장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부문에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원 이사는 "장례나 폐기물처리 같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는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물류·유통·플랫폼 등 관심이 많은 분야에서도 적절한 기회가 보이면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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