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판 커졌다…초기 단계서도 100억 조달 기업 속출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4.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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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장비 등 초기 비용지출 많은 탓…VC "후속투자선 몸값 더 뛴다"

바이오벤처 판 커졌다…초기 단계서도 100억 조달 기업 속출


지난 1분기 네오이뮨텍 등 투자회수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비상장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벤처캐피탈 뿐 아니라 기존 제약·바이오기업도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SI(전략적 투자자)로 나서면서 초기 투자단계에서부터 1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한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오젠TC(150억원), 온코닉테라퓨틱스(275억원), 바오밥에이바이오(160억원) 등 최근 100억원 이상 시리즈A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 바이오업종 스타트업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바이오업종 투자금액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전 업종 대비 '쏠림'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활황을 나타내고 있다.



바이오·의료업종 투자금액은 지난해 3분기에는 3422억원, 4분기에는 4237억원을 기록하면 각각 전분기 대비 85%, 23.8% 증가한 바 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바이오·의료업종 전체 투자금액이 각각 2464억원과 1847억원으로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확연히 두드러진다.

VC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업종은 초기 투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후속투자 단계에선 기업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시리즈A 단계에서부터 여러 투자자가 모이면서 상대적으로 투자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이나 초기 연구단계에서 다른 업종 초기 기업 대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도 투자규모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초기 기업일수록 석·박사 이상의 핵심 연구인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라 인건비 지출도 타 업종 대비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시리즈A에서 160억원을 유치한 바오밥에이바이오(Biobab AiBIO)는 투자금액의 약 절반인 80억원 정도를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Cryogenic Electron Microscopy) 구입에 사용할 예정이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수용액에 담긴 생화학 분자를 영하 200도 이하의 극저온 상태로 급속히 냉각시켜 분자의 움직임을 잠깐 멈추게 한 뒤 정밀하게 관찰하는 전자현미경이다. 바이러스, 단백질 같은 생체 분자를 원자 수준에 가깝게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바오밥에이바이오는 AI(인공지능)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신약개발회사로, 이 장비를 이용해 신규 타깃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할 계획이다. LG화학(생명과학본부) 연구소에서 항암제개발 경력을 가진 이인상 대표가 지난해부터 회사에 합류해 후보물질 발굴 및 전임상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시리즈A에서 275억원의 투자를 받은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제일약품의 자회사다. 이번 투자금은 주로 신약후보물질의 유럽·미국 등 글로벌 임상에 투입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중표적항암제 'JPI-547'와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JP-1366'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두고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JPI-547'는 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물질과 암세포 DNA 손상 복구 효소를 동시에 억제해 암을 잡는다. 'JPI-547'은 최근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췌장암 치료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JP-1366'은 국내와 유럽 임상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사인 네오젠TC는 이달 초 15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네오젠TC는 이번 투자금으로 연구개발을 위한 인력을 충원하고 연구 시설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네오젠TC는 종양 면역학을 기반으로 한 자체 플랫폼 기술로 종양침윤림프구 세포치료제, T세포 수용체(TCR) 변형 T세포(TCR-T) 치료제 등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1상 임상시험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신청서(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상장 사례가 늘어나면서 향후 수년 내에 바이오업종에서도 나스닥 진출 사례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실한 성과만 입증하면 과거 적자기업이라고 '눈칫밥' 먹던 시절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금조달의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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