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자니 물건 두고 가세요"…초등생의 '황당' 중고 사기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4.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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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제가 자가격리자라서요. 집 앞에 물건 두고 가시면 바로 입금할게요."

동네 주민과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당근마켓'에서 고가의 전자기기를 거래하려다가 초등학생으로부터 사기 당할 뻔했다는 사연이 화제다.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진이 사납네요. 지구대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오늘 당근마켓에 올려뒀던 아이패드 거래 문의가 와서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의 아파트에 갔다"고 말문을 열었다.



상대방 B군과 나눈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A씨가 아이패드를 들고 B군 아파트 4층 집 앞에 도착해 인증 사진을 보냈더니, B군은 자신이 코로나19 자가격리자라며 집 앞에 물건을 두고 가라고 했다.

이에 A씨가 "입금이 돼야 집에 간다. 물건만 두고 어떻게 가냐"고 답하자, B군은 "입금할 겁니다. 집에 가서 전화주시면 입금해드린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또 "자가격리자라 기침 한 번만 해도 침 튀긴다"며 대면할 수 없는 이유도 밝혔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귀찮긴 했지만 방역수칙을 지켜려고 하는 거니까 이해했다"며 "일단 근처에 있을테니 확인하고 입금해달라고 한 뒤 1층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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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지하 1층으로 이동했다고 하자 B군은 집 앞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인증 사진까지 요구했다. A씨는 "이때 다시 올라가서 물건 갖고 돌아갔어야 했는데, 비도 오고 간만에 쉬는 날이라 나온 김에 팔고 가려고 1층~지하 1층에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A씨가 10분 정도 기다렸을 무렵 위층 계단에 센서 등이 켜졌다. B군이 아이패드를 들고 밖으로 뛰기 시작했던 것. 놀란 A씨는 따라가려고 뛰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고 했다.

A씨는 "아이패드 날렸다고 생각하고 비 맞으면서 주변을 뒤졌는데 안 보였다"며 "돌아가려던 중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에서 경비 아저씨가 나왔다. 혹시나 싶어 들어갔더니 B군이 구석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쓰레기통에서 아이패드가 나왔다"며 "화났지만 B군이 많이 어려보여서 부모님 번호를 물었더니 안 알려줬다. 옆에 경비 아저씨는 봐주라고 그러길래 112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B군은 초등학생 4학년인 촉법소년이었다. A씨는 "경찰도, B군 부모도, 경비도 선처해주라고 하더라"라며 "잡았으니 다행이지, 못 잡았으면 저만 손해보고 무릎 다치고 끝나는 거였다. 너무 분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다음날 한의원에서 무릎 치료를 받은 뒤 B군 부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치료 사실을 알리자 B군 부모는 "아들 당근마켓 못하도록 했다. 한의원 치료하시냐"고 물은 뒤 "아들 잘못은 알지만 원래 물건은 결제하고 전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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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내가 당했는데도 날 탓한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서 연락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현행법상 초등학생에게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다. 만 10세 미만인 경우 '범법소년'에 해당돼 범행의 고의성이 있어도 형사처분과 보호처분 모두 받지 않는다. 만 10세~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라면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대신 보호처분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B군에게 절도죄 또는 절도미수죄가 성립된다면 보호처분 대상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이자 보호자에게 민법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다른 사람 재물을 훔치려는 고의성 △타인 재물을 불법적으로 영득해 돌려주지 않겠다는 의사 등이 있어야 한다. 형법 제392조에 따라 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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