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도 안 팔았다…'은행株'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서학keep]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1.04.10 10:00
글자크기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을 위해 해외증시 상장 기업, 특정 업종에 대한 킵(keep·저장)할 만한 정보를 드립니다.

 

올해 미국 증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상승세를 구가 중인 은행주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주요 기관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미국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도가 큰 경기민감주인 데다, 이자 수익에 긍정적인 금리 상승 가능성도 우세해서다. 다음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분기 실적 발표가 은행주 추가 랠리에 촉매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 /사진=AFP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 /사진=AFP


JP모건, US뱅코프 주목
JP모건은 미국 은행들 중에서도 신용카드 사업에 강한 US뱅코프에 주목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부양책 등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릴 때 실적 개선 폭이 커질 수 있는 데다, 경기가 좋아지면 부실 가능성이 낮아져 카드 빚이 연체될 위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JP모건은 8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전망의 일환으로 US뱅코프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하고, 목표주가를 52달러에서 60달러로 높여 잡았다.JP모건은 이 은행의 신용카드 수수료 사업 비중에 주목했다. US뱅코프는 2019년 기준 매출액의 16%를 카드 수수료로 벌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의 매출 대비 카드 수수료 비중 중간값(5% 미만)을 훌쩍 웃돈다.

JP모건은 "미국 경제가 성공적인 백신 보급으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여행, 외식, 집 밖에서의 엔터테인먼트 지출이 재개될 것"이라며 US뱅코프를 이에 따른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지목했다. 여행, 호스피탈리티(서비스, 식음료, 테마파크, 호텔 산업 등), 엔터테인먼트 등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을 가장 크게 입은 업종들의 회복이 카드 사업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거란 예상이다.



이미 신용카드 이용액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JP모건 산하 체이스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의 카드 지출액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2% 더 많다. JP모건은 카드 수수료 수익 성장폭이 2분기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20% 이상 뛴 이 은행 주식이 앞으로 더 오를 거란 전망의 근거다.

US뱅코프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가 지난해 대형 은행주를 대거 매도하면서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버크셔의 보유주식 현황에 따르면 버크셔는 JP모건 주식을 모두 팔고 웰스파고 주식 보유량도 대폭 줄였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US뱅코프 주식은 보유량을 유지했다.

버핏도 안 팔았다…'은행株'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서학keep]
골드만은 모건스탠리, BofA, 씨티 '최선호주'
골드만삭스는 1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모건스탠리, BofA, 씨티를 최우선 선호주(top pick)로 꼽았다. 경기회복으로 기존에 쌓아둔 충당금이 환입되며 순익이 늘어나고, 금리가 올라 이자수익이 더 개선될 거란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의 리처드 램스던 애널리스트는 지난 5일 보고서에서 1분기 어닝시즌이 은행주 랠리 촉매가 될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를 꼽았다. 우선 그는 미국 경제가 팬데믹에서 빠른 속도로 개선되면서 대출 부실에 대비해 은행들이 쌓아 뒀던 충당금을 이익으로 돌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충당금을 이익으로 환입한 규모는 56억 달러로 추산하며 이 환입이 1분기 은행들의 주당 순이익을 15% 늘릴 거라 봤다.

은행의 '본업'인 이자수익을 내는 데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은행주 추가 랠리 전망의 근거다. 그는 금리가 추가 상승하며 순이자마진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순이자수익을 이자부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보유자산으로 얼마나 큰 이자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데, 이자부자산의 대부분이 대출이라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수치와 비례한다.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은 대출이자를 더 크게 올리기 때문에 순이자마진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자본시장 호황으로 투자은행(IB) 사업 수수료 수익 전망도 긍정적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인수합병, 트레이딩 사업 강세로 IB부문 실적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마지막으로 램스던은 주요 은행들이 올해 중 830억달러의 자기회사주식 매입을 할 것으로 봤다. 시가총액의 6%에 달하는 규모다. 매입규모는 2022년 1000억달러로 늘어난다고 그는 예상했다. 그는 "올해 1분기 실적이 견고한 한해를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올해와 2022년 은행 실적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했다.

사진=AFP사진=AFP
모건스탠리는 웰스파고 주목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은행주가 더 오를' 이유들을 제시했다. 보리스 레너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는 "은행주 추가 상승을 전망한다"며 "많은 거시경제적 요소들이 최근 은행주의 지수 대비 높은 상승률을 지지한다"고 했다.

모건스탠리도 장단기 금리차가 더 벌어지며 이자수익에 개선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은행 입장에서 버는 돈인 대출금리는 통상 장기금리와 연동되는데 미국 장기금리는 경기회복 기대감·인플레이션 전망 등으로 인해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은행에게 비용이 되는 조달 금리는 단기금리와 밀접한데, 중앙은행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단기금리는 상당기간 통화부양책이 유지되리란 예상 속에 상대적으로 고정돼 있다.

이어 모건스탠리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주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주도주 전환 흐름의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가치주 그룹에서 약 36%를 차지하는 금융주가 여전히 저평가 돼 있다는 추정이다. 자사주매입 확대 가능성도 주가 추가 상승 전망의 이유로 들었다. 금리상승과 경제개선으로 순이익이 늘어나고,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의 규제까지 풀리면 자사주 매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랠리 촉매는 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의 은행주 보유 비중이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금융주 순 위험노출액은 10년 내 최저다. 헤지펀드들의 금융주 추가 매입이 늘어나며 해당 주식들의 주가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예상 하에 모건스탠리가 은행주 중 최선호주로 꼽은 곳은 웰스파고다. 모건스탠리는 웰스파고가 보유한 자산의 금리 민감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고 했다. 금리가 오를수록 수혜를 입는 정도가 크다는 의미다. 소비자금융 부문에선 신용카드 업체 싱크로니파이낸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꼽았다. 중소형 은행으로는 시그니러뱅크, 이스트웨스트뱅크를 지목했다.

한편 이번주부터 미 대형 금융주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4일 JP모간체이스·골드만삭스·웰스파고가 실적을 내놓고, 15일엔 BofA·씨티그룹이, 16일엔 모건스탠리·BNY멜론이 지난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