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일 인천광역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액화수소사업 예정지를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수소는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산에 소요되는 부지 면적이 작아 국내 환경에 적합한 친환경 에너지다. 수소 생태계 조성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앞서가던 정 회장의 손을 먼저 잡은 건 최정우 회장이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우선 포항·광양제철소 운영 차량 1500대를 단계적으로 무공해 수소전기차로 전환키로 했다. 이를 통해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탄력이 붙으면 부생수소에 의지하고 있는 국내 수소공급이 양산 후 운송이라는 미래형 밸류체인으로 전환하는 시점이 빨라지게 된다.
포스코그룹이 수소를, 현대차그룹이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하는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린수소(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수소) 생산·이용 관련 기술 개발 △수소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소재 개발 등도 병행키로 했다. 특히 철강 생산에 탄소 대신 수소를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차세대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도 협력해 탄소중립 달성에 주력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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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지난 2월16일 포항 포스코에서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 오른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왼쪽 두번째), 유병옥 포스코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사진 오른쪽 첫번째),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부사장)(사진 왼쪽 첫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포스코
아울러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인천·울산 지역의 물류 서비스 거점인 SK내트럭하우스에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각 1기씩 설치하고 전국의 SK주유소 등에 수소충전소를 마련키로 했다. 여기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전국 주유소 내에 설치하는 방안도 협의키로 했다.
현대차 (249,500원 ▲4,500 +1.84%)-SK (160,700원 ▼1,400 -0.86%)-포스코 총수가 구축한 수소동맹 삼각편대는 한국 수소위원회 설립을 통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수소위원회는 국내 기업간 수소사업 협력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협의체로 수소사업 협력 활성화와 영역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내 수소사회 구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재계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관, 정기선 등 차세대 총수들도 뛴다..그린뉴딜 진화 가속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차세대 총수들의 수소사업 출사표도 눈에 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24,550원 ▼550 -2.19%) 사장은 2015년 흑자전환한 그룹 태양광 사업에 이어 친환경 그린수소 사업을 키우는데 역량을 쏟고 있다. 재생에너지(태양광) 기반 그린수소 생산 및 공급, 수소 활용 발전 등 체계적인 수소사업 추진을 통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지주 부사장(경영지원실장)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수소협력 MOU(양해각서)를 주도하면서 그룹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아람코의 LPG(액화석유가스)를 도입해 수소를 생산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는 다시 아람코가 실어가 처리하는 수소생산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양사는 LPG와 CO2, 암모니아를 모두 실어나를 수 있는 선박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수소사업과 그린십(친환경선박) 개발을 동시에 구체화할 수 있는 초대형 사업협력이다.
(왼쪽부터)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상우 DL에너지부회장, 정연인 두산중공업사장, 정기섭 포스코에너지사장, 유정준 SK E&S부회장, 성윤모 산업부장관, 허용수 GS에너지사장, 구자용 E1회장, 정인섭 한화에너지사장, 김동욱 현대차부사장, 송원표 효성중공업부사장은 지난 6일 에너지얼라이언스 출범식에 참석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현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태양광과 풍력은 한화와 두산그룹이 적극적이다. 한화는 2010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해 이미 글로벌 1위 태양광 모듈 업체로 올라섰다. 두산은 해상풍력 제조 부문에서 2025년까지 매출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재계 관계자는 “수소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각 분야를 총망라하는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그린뉴딜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국내 대표 그룹들의 총수들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갈수록 실행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사진제공=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