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종인 체제 어떻게…"발전적 해체도 고려해야"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1.04.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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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野 빅텐트 주도권 잡은 국민의힘…정권교체 위해선 尹·安 등 제3지대 영입 관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7일 오후 각각 서울 여의도 당사와 부산 진구 선거사무소에서 4·7 재·보궐선거 방송3사 공동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두 손 들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7일 오후 각각 서울 여의도 당사와 부산 진구 선거사무소에서 4·7 재·보궐선거 방송3사 공동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두 손 들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면서 4연패의 고리를 끊어내고 제1야당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내년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선 발전적 해체까지 고려하는 개방적 플랫폼을 구상해야 한단 분석이 나온다.

재보선 압승, '합리적 보수' 탈바꿈 주효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7.50%를 득표하며 29.18%를 얻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8.32%포인트 격차로 압도했다.



특히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오 후보가 승리했다. 불과 3년 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개구를 정복한 것과 180도 뒤바뀐 결과다. 이는 중도 성향이 강한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등판과 성공적인 야권 단일화 덕분이라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민주당 180석이란 결과를 낳은 지난해 4·15 총선의 '태극기'와 결별하며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새롭게 세운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이날 사퇴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각별한 계산이 숨어있다.



김종인의 '태극기' 결별…국민의힘 야권 빅텐트 중심으로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은 당직자들 진용을 꾸릴 때조차 되도록 TK(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보다 수도권 위주, 참신한 초선 의원들을 전진배치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셨다"며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 표심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의 1년여간 실험은 이번 재보선 결과 일단 성공적으로 판명됐다. 특히 당내 경선에 이은 제3지대와의 단일화가 큰 흥행을 이끌면서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야권 빅텐트'가 힘을 받게 된 점이 성과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반(反)문·비(非)문 세력이 오세훈과 안철수를 중심으로 비교적 트러블 없이 매끄럽게 합쳤다"며 "너무 오래 선거에서 지고, 승리가 간절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 소장은 "반문·비문이 사이좋게 모여 공정하게 경쟁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며 "다만 누가 대장이 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영입하려면…기득권 내려놓아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관건은 현재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 방식이다. 향후 대선을 앞두고 야권 재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제3지대 등에 문호를 개방한다면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야권의 유력 주자들을 한 데 불러모아 정권교체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교수는 "국민의힘이 당권에 연연하면 윤 전 총장이나 제3지대 주자가 들어가기 쉽지 않다"며 "새로운 플랫폼을 열고 발전적 해체까지 고려하면서 지분을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중도에 어필하는 후보들을 끌어모아 붐업시키고 흥행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사퇴 후 당권을 놓고 혼란이 빚어지면 당이 쇄신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단 점이다. 벌써 당 안팎에선 이번 야권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빚자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김무성·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올드보이'의 재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권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내부에 아직 많다"며 "이번 선거를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착각한다면 정권교체를 이룩할 기회가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재보선에서 크게 승리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과거 세력들이 쉽사리 재기하진 못할 것"이라며 "기득권을 내려놓고 야권 승리를 위해 달린다면 국민의힘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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