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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성차별" 논란, MLB "매우 송구스럽다" 해명글 올렸지만…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4.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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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MLB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사진출처=MLB 공식 인스타그램논란이 된 MLB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사진출처=MLB 공식 인스타그램




"모자로 쌩얼(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을 사수하자(가리자)"는 취지의 광고를 올렸다 성차별 논란을 빚은 F&F (153,500원 8000 +5.5%)의 MLB가 해명에 나섰다.

8일 MLB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광고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해명글이 올라왔다. MLB 측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된 일부 콘텐츠로 인해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성차별로 인지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님들께서 지적해주신 소중한 의견을 귀담아 듣고 불편할 수 있는 콘텐츠를 게시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해명글이 올라갔지만 누리꾼들은 "사과문이 너무 짧고 성의가 없다", "해당 게시물에 대한 구체적인 사과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성인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대책까지 올려야 한다", "광고 카피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광고모델이 입고 있는 세탁소 가기에 적절하지 않은 모델의 복장도 성인지 감수성에 문제가 된다", "남자모델은 편한 복장으로 일상 외출하는데 여자모델은 몸에 붙는 옷에 엉덩이 내밀고 있는 해괴한 자세로 빨래방 가면서 모자까지 눌러쓰고 있다"와 같은 항의성 댓글이 이어졌다.

앞서 MLB 측은 인스타그램에 MLB 의류와 모자를 착용한 여성 모델 화보를 여러 장 게시했다. 광고 화보는 한 여성의 일상을 시간대별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MLB가 올린 광고 문구였는데 "런드리샵 가기 좋은 오후, 쌩얼은 좀 그렇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 "해지는 저녁이라고 방심하지 마! 쌩얼 사수!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라는 내용이었다. 여성이 집 근처를 외출하며 일상 생활을 할 때 '생얼'(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밖을 나가면 안된다는 문구를 반복해서 강조한 것이다.

광고 의도는 "MLB의 대표 제품인 볼캡으로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지만 여성은 집 근처를 가볍게 외출할 때조차 화장을 해야한다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얼굴을 잘 가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항의가 이어졌다.

논란이 된 MLB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사진출처=MLB 공식 인스타그램논란이 된 MLB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사진출처=MLB 공식 인스타그램
댓글에는 "빨래방 갈 때 화장하는 사람이 어딨어", "여자는 얼굴 들고 다니지 말고 가리라는 광고 잘 봤다" , "소비자는 생얼을 가리는 모자가 아니라, 착용감이 좋은 모자를 원한다",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MLB 불매하자", "이제 MLB모자 쓰면 생얼 가리려는 여자로 낙인 찍히겠다" 등 항의성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최근 20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 남녀갈등과 성차별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에 따르면 만 19~34세 여성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꼈으며 남성 절반 가량은 남성이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은 비단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슈가 아닌,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올 초 패션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는 여성고객 유치를 위해 여성에게만 쿠폰을 지급한 사실을 지적한 남성 고객 계정을 60일 이용 정지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무신사 측은 한 차례 입장문을 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명백한 당사의 실책이고 잘못"이라며 직접 사과문을 올렸으며 고객들을 대상으로 20%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무신사를 불매하겠다는 고객의 항의는 계속됐고 이후 무신사는 사과에 사과를 거듭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지난 3월4일 첫 방송을 개시한 MBC 새 드라마 '오! 주인님'은 1회 마지막 장면이 문제가 됐다. '흥미진진한' 전개를 위해 이민기의 알몸씬을 노출했는데 이 장면이 '성 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몰매를 맞은 것이다. 남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항의글이 쏟아지면서 MBC 측은 '오! 주인님'의 다시보기를 삭제했다.

MLB의 광고나 무신사의 성별 차등 쿠폰지급, 남성의 알몸 노출 등은 과거에는 불편해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MZ세대(18세~34세)가 역사상 가장 큰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MZ세대는 △젠더 감수성 △ 역사 왜곡 △약자 비하 이슈에는 절대 웃어넘기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이 웃자고 이런 내용을 광고 문구 등에 내보냈다가 큰 코 다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뒤늦게 사과를 해도 등 돌린 고객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이미지 개선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기성세대가 "좀 불편한 정도"라고 느낀다면 MZ세대는 불편함을 넘어 분노와 배신감까지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6년 사이 이런 MZ세대가 소비의 핵심 주체로 부상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고객 항의로 기업이 중단시킨 광고는 대략 4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롯데주류의 '술과 여자친구의 공통점, 오랜시간 함께할수록 지갑이 빈다'(여성 비하) 무신사의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역사 왜곡), SK플래닛 '놀러갈 땐 우리 차, 기름 넣을 땐 오빠 차'(여성 비하), 유니클로의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역사왜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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