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이제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메가트렌드다. 2019년 12월 EU(유럽연합)를 시작으로 중국(2020년 9월), 일본(2020년 10월), 미국(2021년 1월)이 연이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로드맵 구체화에 들어갔다. 이제는 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아예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다.
그린뉴딜의 중심에 수소가 있다. 8일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수소경제로드맵'을 발표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30개국이다. 선진국들은 모두 뛰어들었다. 정부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 국가의 국가대표 기업들이 일제히 수소사업에 나섰다. 현재 가동 중인 글로벌 수소프로젝트만 줄잡아 230개에 달한다.
글로벌 수소시장에서 한국은 주요 플레이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포스코와 손잡고 생산부터 유통, 최종소비처를 포함한 수소밸류체인 구축에 들어갔다.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대형트럭 시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수출을 시작했다. SK그룹은 수소 사업에 향후 5년간 약 18조원을 투자한다. 국내 수소 사업 인프라 투자,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에서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협력사 사우디 아람코와 함께 수소 생산 및 유통, 운송선박(수소운반선)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수소동맹을 띄우고 있다. 원료를 실어와 수소를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다. 한화는 니콜라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공격적인 수소 투자를 이어간다. 미국 현지 수소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설비와 수소 제조설비를 동시에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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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뿐 아니다. 현대차와 한화는 UAM 핵심인 PAV(개인비행체) 개발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한화가 상반기 중 실증테스트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에서 현대차는 2025년 시범도입과 2028년 상용화의 상세한 로드맵을 완성했다. UAM-PAV 기술은 항공우주사업으로 연결된다. 이 역시 우리 기업들이 노릴 수 있는 신시장이다.
계획은 섰지만 그린뉴딜의 고차방정식을 풀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다. 협력과 경쟁이 복잡하게 얽힌다.
수소 자체생산을 무한정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나 중동, 호주 등 잠재적 수소 양산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유럽은 아프리카 북부를 수소생산 거점으로 잠정 결정했다. 한국도 복수의 공급원을 선정, 미래에너지 믹스를 구체화해야 한다.
중국이나 유럽, 일본 등은 수소기술이나 모빌리티, 중화학 등 산업구성 면에서 무한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배터리 등에서는 경쟁이 시작됐다. 유럽과 중국은 동시에 초대형 시장이기도 하다. 경쟁과 협력, 시장공략을 동시에 펼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막 시작된 그린뉴딜 레이스에서 앞서지 못하면 영원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번 산업대전환은 에너지원과 유통, 소비플랫폼을 모두 아우르는 사상 유례없는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꽉 짜여진 밸류체인을 들고 선진국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2등은 없는' 총력전을 펼친다. 지금 치고나가지 못하면 영영 새로운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재도 H2KOREA 회장은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인 상황에서 엄청난 도전일 수밖에 없다"며 "탈석탄이나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공급구조의 전환만으로는 부족하며, 주력 제조업을 포함해서 산업구조 전반의 구조조정과 사업전환이 뒤따라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