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업 진출을 선포하는 레이쥔 회장 /사진=중국 웨이보
샤오미는 왜 전기차에 뛰어들었을까레이쥔 회장의 결연한 모습을 보면서 필자가 떠올린 건 LG전자다. ‘대륙의 실수’인 샤오미도 전기차를 만든다는데, LG전자는 왜 전기차 사업을 안 할까?
이런 오버랩보다 필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은 건 샤오미도 만든다는 전기차를 LG전자가 안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었다. 스마트폰에서는 LG전자가 샤오미한테 졌지만, 전기차는 LG전자가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프로그래머로 시작한 레이쥔은 무려 15년 동안 금산에서 일하면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고 2007년 금산의 기업공개(IPO)를 마친 후 회사를 떠났다. IPO 후 재무적 자유를 달성한 레이쥔은 엔젤투자자로 변신했고 나중에 아마존에 매각된 온라인서점 조요닷컴(joyo.com)에 투자하는 등 성공적인 투자자로 자리매김했다.
레이쥔이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든 건 다소 늦은 나이인 41살 때였다. 2010년 4월 레이쥔은 린빈구글 중국공정연구원 부원장, 저우광핑 모토롤라 베이징R&D센터 기술책임자 등과 함께 샤오미를 창업했고 2011년 8월 샤오미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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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멍(風口) 앞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지금도 중국 인터넷업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레이쥔의 명언이다. 10년 전 레이쥔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을 감지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올라탔다. 바람구멍 앞에 선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다.
2010년 스마트폰이라는 메가트렌드를 타는 데 성공한 레이쥔이 지금 보고 있는 건 전기차라는 또다른 메가트렌드다. 특히 중국에서는 스타트업 중 가장 먼저 전기차사업에 진입한 니오, 샤오펑, 리샹 등 전기차 3인방이 지난해 양산 성공으로 안정화되기 시작한 이후 IT기업들의 전기차 진입이 줄을 잇고 있다.
아폴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기술을 연구해오던 바이두가 지리자동차와 함께 전기차 합작사 ‘지두’를 설립한다고 밝혔고 곧이어 샤오미도 스마트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올 초부터 애플카를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애플의 행보도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샤오미와 LG전자가 다른 점은샤오미가 만든다는 전기차를 LG전자가 못 만들 이유는 없다. LG전자도 전기차라는 메가트렌드를 외면한 건 아니다. LG전자가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기업인 마그나와 함께 설립하는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이 오는 7월1일 출범하는 등 LG전자는 전장사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아쉬운 건 LG전자가 전기차 사업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 점이다. LG전자의 전장사업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합친다면 LG전자가 샤오미보다 불리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샤오미의 영업이익은 240억3500만 위안(약 4조900억원)으로 LG전자(3조1950억원)보다 약 28% 많지만, 시총은 샤오미가 3.5배 수준이다. 이유가 뭘까. 시장에서 샤오미는 성장주로 여기지만 LG전자는 가전업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높은 영향도 있다.
레이쥔의 전기차 진입 선언에서 볼 수 있는 건 중국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창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은 남다르다.
보유지분이 많기 때문에 영향력도 크다. 레이쥔은 샤오미 지분의 27%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우리 돈으로 25조9000억원에 달한다. 레이쥔이 과감하게 전기차 사업 진입을 결정할 수 있는 이유다.
반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4세 경영인이다. 구 회장이 보유한 LG의 지분가치는 지난 3월말 기준 2조4888억원에 불과하다. 레이쥔과 비교하면 영향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맨손으로 회사를 키운 중국 창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은 강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이들로부터 기업가 정신을 배워야 한다. 왜 중국한테서 배우냐고 반문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한테 배우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미래 성장산업을 우리가 차지할 것인지 중국이 차지할 것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