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오해받던 알뜰폰의 변신...어느덧 1000만 목전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1.04.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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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갓성비' 알뜰폰 1000만 시대 ①

편집자주 대형 이동통신회사의 그늘에서 고전하던 알뜰폰이 부활하고 있다. 2010년 첫 도입 후 10년 남짓 만에 가입자 1000만 시대가 목전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가입 수요 증가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유입으로 자급제폰과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결합한 '꿀조합'이 인기다. 가계통신비를 줄이려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으로 최대 장점인 가격 경쟁력도 더 부각됐다. 완성차 업체 등 데이터 전용 사물인터넷(IoT) 사업자도 알뜰폰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일명 '효도폰'에서 MZ세대의 '대세폰'으로 자리잡고 있는 알뜰폰의 인기 비결과 향후 과제를 짚어 본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왼쪽)을 비롯한 귀빈들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알뜰폰 스퀘어’ 개소는 정부가 지난 8월 내놓은 ‘알뜰폰 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다. 국민 가계통신비 경감을 목표로, 이통3사 대비 최대 30% 이상 저렴한 요금제로 구성된 알뜰폰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2020.10.27/뉴스1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왼쪽)을 비롯한 귀빈들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알뜰폰 스퀘어’ 개소는 정부가 지난 8월 내놓은 ‘알뜰폰 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다. 국민 가계통신비 경감을 목표로, 이통3사 대비 최대 30% 이상 저렴한 요금제로 구성된 알뜰폰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2020.10.27/뉴스1


침체됐던 알뜰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자급제폰의 인기로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알뜰폰이 합리적인 통신 서비스 대안으로 떠올랐다.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 지원도 이어지면서 연내 1000만 가입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국내 알뜰폰(MVNO) 가입자는 927만571만명으로 전달보다 약 6만명 늘었다.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같은 기간(761만명)과 견주면 1년 만에 약 166만명 급증했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7082만6956명) 중 알뜰폰이 차지하는 비중도 13%를 넘어섰다. 2018년 12%대에서 지난해 3월 말 10%대로 내려앉은 뒤 1년도 안 돼 점유율을 완전히 회복한 것이다.



대포폰 오해받던 알뜰폰의 변신...어느덧 1000만 목전
알뜰폰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2010년 도입된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2019년 4월 가입자가 810만명까지 불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 중심의 견고한 시장 구조와 차별화된 서비스 부재, 유통망 부족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가입자가 한때 730만명까지 줄었다. '대포폰' '효도폰' 낙인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알뜰폰의 위기란 분석도 나왔다.

알뜰폰이 다시 날개를 편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2018년 이후 약 2년 만인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가입자가 순증으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대폰 비대면 개통 활성화로 젊은 세대의 가입자 유입이 크게 늘었고, 자급제폰에 저렴한 요금제를 결합하는 '스마트 소비' 트렌드가 일상화하면서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단말기, 유통망 등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는 지원 정책을 내놓은 것도 한 몫했다. 결합할인과 제휴카드 할인 등 새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낸 알뜰폰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알뜰폰 부활을 이끈 배경이다.



알뜰폰 가입자는 후불요금제 이용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고 지난 2월말 기준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수는 606만5922명이다. 알뜰폰 선불요금제 가입자는 전월보다 10만회선이 줄었으나 후불요금제는 8만4128회선이 늘었다. 한 번 충전한 후 이용하고 끝내는 선불요금제보다 계속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후불요금제 중심으로 알뜰폰 이용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대포폰으로 쓰일 수 있는 미이용 선불폰을 정리한 영향"이라며 "소비자들이 후불폰을 중심으로 가입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알뜰폰 가입자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포폰 오해받던 알뜰폰의 변신...어느덧 1000만 목전
5G(5세대 이동통신) 중저가 요금제 출시와 국회 차원의 지원 법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를 이통 3사로 확대하고,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계열사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을 조만간 처리할 계획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이 법안(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은 △도매제공의무사업자 확대 △알뜰폰 시장에서 이동통신사의 자회사 수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알뜰폰은 이통사의 망을 저렴한 도매가격에 빌려 싼 요금제로 통신 서비스를 한다. 망 도매대가가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여서 도매제공 의무사업자가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까지 확대되면 알뜰폰 요금제가 더 저렴해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김영식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도 최대한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는 입장이고 여야간 이견이 없어 이달 중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수를 제한하는 내용은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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