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박형준 압승…분노한 민심, 4년만에 첫 '정권 심판'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21.04.0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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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왼쪽)와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후보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왼쪽)와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후보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매서운 '정권심판' 바람이 정부여당을 강타했다. 4·7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정부가 집권 4년만에 처음으로 참패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두 지역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0%p 이상 크게 앞섰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여권이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 각각 ‘전 정권심판론’, ‘야당심판론’을 앞세워 선거 정국을 지배했던 것과 대비됐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평가가 핵심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분노 투표’로 이어졌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논란에 대한 뒤늦은 사과는 집권 세력의 ‘오만’으로 읽혔다. 불과 1년전 총선에서 여당에 의석수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 회초리를 들었고 청구서를 내밀었다. 충격적인 선거 결과로 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져들고 참패를 두고 여권 내 격렬한 책임 논쟁이 불거지는 등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野 서울·부산 당선 가능성…與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패배
7일 KBS·MBC·SBS 3사가 서울 보궐선거 출구조사를 진행한 결과, SBS 예측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9% 득표율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7.7%)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도 국민의힘이 압승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득표율 64% 대 33%로 크게 앞섰다. 다만 출구조사에 사전투표 결과는 반영돼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권의 첫 번째 패배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14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180석을 확보하며 야당을 압도했다.



한국청년연대, 청년진보당, 청년하다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LH 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한국청년연대, 청년진보당, 청년하다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LH 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선거 한달전 與 '초대형 악재'
보궐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둔 지난달초 여권에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가 LH 임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토지를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지난 2월 추가 3기 신도시로 지정 발표된 광명·시흥 지구 내에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 매입했다는 게 핵심이다.

민심은 들끓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내집 마련의 꿈을 접은 무주택 서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허탈감을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본격 하락한 것도 이 때부터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3월2주차(8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7.7%를 기록하며 9주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57.4%로 이후 60%대까지 상승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8일~12일 진행했다. 전국 18세 이상 2510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업체 홈페이지 참고.)

성난 민심에 기름 붓는 '내로남불' 논란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 논란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셋값 인상’ 논란 하루만에 사의를 표명하고 청와대를 떠났다. 지난해 7월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 시행 직전에 본인 소유의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1% 인상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비판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 7월 자신 소유의 신당동 아파트 임대료를 약 9% 높여 세입자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계약 갱신이 아닌 신규 계약으로 새로운 ‘임대차 3법’(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적용하더라도 위반 사항은 아니나 박 의원 역시 내로남불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사임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사임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전임시장 성추문 논란에 미온적 대처…유권자 '부글부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논란를 둘러싼 미온적 대처도 유권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민주당은 피해자에 향한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당헌을 고치면서 이번 선거를 강행했다. 당초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에 따라 후보를 낼 수 없었다.



박 후보의 대응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 후보는 피해호소인이 기자회견을 연 지난달 17일에서야 피해자에게 “부족함이 많지만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박 후보가 지난 1월26일 출마 선언을 공식화한 지 50일만이다. ‘피해호소인’ 호칭을 사용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도 지난달 18일 논란에 휩싸이자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박 후보 캠프에서 사퇴했다.

1년전 180석 밀어준 민심…'책임정치' 청구서 내밀었다

민주당이 공언한 ‘책임 정치’에 대한 청구서도 날아들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위성정당 의석을 합쳐 모두 180석을 차지한 후 ‘개혁 입법 드라이브’에 나섰다.

‘입법 강행’ 논란에 부딪힐 때마다 민주당 지도부는 책임정치의 메시지로 일관했다. 180석을 몰아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분명한 성과를 낸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지난해 7·8월 임대차 3법을 주도할 때도, 지난해 12월 일명 ‘야당 비토권’을 삭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처리할 때도 책임정치를 앞세웠다.



정권심판론이 고개를 드는 지점이다. 책임정치의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일부 열성 지지자를 제외한 유권자들의 ‘분노 투표’를 피할 수 없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평가가 핵심이다. 오세훈·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여당은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검찰개혁 성과도 평가 대상이 됐다. 여야를 넘어 전국 단위 갈등으로 번졌던 검찰개혁이 민생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3차 대유행 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은 코로나19 기세와 경제 회복, 민생 안정 성과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평가가 이뤄졌다.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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