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 코앞인데…백신 '혈전 부작용' 논란 어쩌나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1.04.0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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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 코앞인데…백신 '혈전 부작용' 논란 어쩌나


코로나19(COVID-19) 4차 유행 경고음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가운데 백신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결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60세 미만 접종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혈액응고) 생성 간 연관성을 일부 인정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부작용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백신 신뢰 논란은 세계적인 수급 불안정과 함께 예방접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올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란 정부 목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EMA, AZ 백신 혈전 부작용 연관성 발견
7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과 드문 혈전 부작용 사이에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은 "현재 참고할 수 있는 모든 부작용 증거를 고려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혈전이 생길 수 있다는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주로 뇌와 복부 정맥 및 동맥에서 혈전이 발생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백신 접종 뒤 혈액 응고와 혈소판 감소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유럽의약품청은 백신의 장점이 위험성을 능가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의 백신 전략 총괄자인 마르코 카발레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혈전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연관성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 각 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젊은층 접종 제한을 검토하는 등 백신 부작용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일과 영국, 노르웨이 등 사례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 뇌정맥동 혈전(CVST) 발생률이 자연발생률보다 높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매우 드문 혈전 질환 사이 인과관계가 점차 증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다른 백신에서 이런 현상(CVST)이 보고되지 않는 점은 내 판단의 중요한 근거"라며 "우리는 해외 정보를 최대한 수집 및 모니터링하고, 위험과 이익을 저울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보건소에서 코로나19(COVID-19) 예방을 위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1.4.1/뉴스1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보건소에서 코로나19(COVID-19) 예방을 위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1.4.1/뉴스1


당국, 결국 60세 미만 AZ 백신 접종 보류
국내에선 또 한 차례 20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의 혈전 신고가 접수됐다.

7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 5일 신고된 (백신 접종 뒤) 중증사례 중 1건이 혈전증 진단을 받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접종 후 혈전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대 여성으로, 의료기관 종사자다.

앞서 국내에서 20대 남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뒤 CVST(뇌정맥동혈전증)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또 국내에서 백신 접종 뒤 사망한 60대 환자에게서 혈전이 발견된 사례도 있다.

급기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7일 '코로나19 백신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0세 미만 접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자문회의 의견에 따라 추진단은 유럽의약품청의 조사 결과를 보고 국내 접종 여부를 다시 평가할 예정이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장은 "이 조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제적으로 실시한 조치"라면서 "유럽의약품청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4차유행 코앞…"하루 1000명 확진 나올 수도"
국내에서 48일 만에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0명을 넘었다.

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68명이다. 지난해 12월 정점을 찍은 3차 유행이 잦아들지 않더니 이제 4차 유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국내 집단면역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신규 확진이) 2배로 증가할 수 있다"며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1000명대도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3월 수도권 특별방역대책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방역당국은 최근 방역수칙을 위반한 경우 경고 없이 바로 과태료나 영엄급지를 처분하는 강수를 꺼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단 전략이다. 다만 방역수칙 위반 때 처벌 강화 조치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곧 사회적 거리두기를 상향조정 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미 수도권의 경우 거리두기 2.5단계 조건을 충족했다. 거리두기 단계 상향조정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피해를 담보로 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반적인 거리두기 피로감 증가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결국 국민을 대상으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면서 예방접종 속도를 높여 목표대로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방법 외 대안을 찾기 힘든 국면이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선 예방접종을 계속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방법 외 다른 방도가 없지 않나"라며 "(백신 부작용 우려 문제는) 꾸준히 모니터링 하며 살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4차 대유행 코앞인데…백신 '혈전 부작용' 논란 어쩌나
백신 수급 문제도 여전
백신 수급 문제도 전 세계적인 공급 차질 영향으로 당장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2분기 국내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접종 계획에 못미친다. 방역당국은 2분기 중 1150만3400명의 예방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2분기 도입 확정된 백신은 769만8500명분(1539만7000회분)이다. 약 380만4900명분이 모자라다. 거기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0세 미만 접종을 잠정 중단했다.



급기야 당국자로부터 국내 생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 금지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단 발언까지 나왔다. 수출 금지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이긴 했지만, 앞서 "검토하지 않는다"에서 한발 나아간 발언이라 의미가 있다.

실제 방역당국이 어떤 판단을 할지 여부를 떠나 그만큼 백신 조달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단 의미로 해석된다. 현장 전문가 사이에선 백신 수급과 관련한 세계 각 국의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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