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4.6/뉴스1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중도층의 '변심', 이른바 '스윙보터'의 힘이다. 1년 전 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 온전히 '민주당의 승리'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었다는 뜻이다. 180석의 상당 부분은 언제든 여당에서 야당으로 '변심'할 수 있거나, 여당에 대한 투표를 포기할 수 있거나, 투표를 포기했으나 상황이 변하면 다시 야당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이들이 만들어줬던 의석이었던 셈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전체 유권자의 45%를 이루고 있는 중도층이 55% 안팎까지 증가한 상태"라며 "2016년부터 꾸준히 보수 진영에서 이탈해온 유권자에, 이번 재보선에선 진보 진영에서 이탈한 유권자까지 합쳐져 이른바 '중도 유동성 장세'를 이루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권 테두리 안에 있거나 있었지만 문재인정권에 빚진 것없는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란 점도 이들이 다른 주자들에 비해 중도층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정권심판론을 택한 중도층의 민심이 가장 잘 반영된 대선주자가 여야 각 진영의 1위를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결국 이재명·윤석열 양자구도가 공고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본격적으로 대선 체제로 전환하게 될 여야 각 정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보다 뚜렷해진다. 여당은 노선 투쟁에 들어서게 될 공산이 크다. 180석을 만들었던 개혁 노선을 더욱 강화해 지지자들에 대한 구심력을 강화하려는 쪽과 새로운 정책 기조와 탈 정권 가속화를 통해 중도층을 되돌리려는 쪽이 맞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다만 검찰개혁과 같이 민생과 무관한 '그들만의 개혁'이 재보선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선거용으로 그칠 경우 범진보연합을 구성하던 2030세대의 이탈이 지역적 분열까지 낳을 수 있다는 점은 돌아봐야 한다. 민주당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의 '전략적 선택'이 '충청+호남'의 결합으로 변화될 가능성은 차기 대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을 대선주자 1위로 밀어올린 에너지가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의 토대가 될 수 있으냐를 두고 중도층의 향방을 살피게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을 통한 중도층 흡수 가능성이 확인된 이상 윤 전 총장의 독자 노선이란 소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팽배해졌다. 독자적인 대선주자를 갖지 못한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윤 전 총장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기도 하다.
윤태곤 더모아 의제와전략그룹 정치분석실장은 "애초에 윤 전 총장은 제3지대를 규합할 새로운 노선을 보여줄 수 있는 주자라기 보다는 2.5지대에 가까운 것"이라며 "1지대가 1.5지대로, 2지대가 2.5지대로 중도화하는 것이 각자 대선 승리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세가 고스란히 국민의힘으로 넘어오게 될 지 물음표가 생길 수 있다. 대선에서 윤 전 총장의 승리 방정식이 야권 지지층에 중도층이 떠받치고 여기에 일부 여권 지지자까지 넘어오게 하는 것이라면 국민의힘으로의 직행은 정답과 거리가 멀 수 있다.
재보선 이후 1지대와 2지대의 구심력이 약화되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제3지대의 생명력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제3지대의 핵심 동력인 정치심판론이 정권심판론과 어느 정도의 비율로 형성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는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검찰 내에서 정치권과 싸워왔고 정치보다는 법치, 상식을 기치로 내세울 그가 향후 야권에서 대선주자의 입지를 공고히하는 데에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