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P2P 투자 몰락, 책임은 누가?…"이익도 손실도 내것"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1.04.0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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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2016년 P2P 대출(peer-to-peer, 개인 간 대출)이 처음 등장했다. 당시 ‘혁신’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투자자들에게는 큰 수익을 기대할만한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힘든 중소기업에게는 사업자금을 조달할 기회였다.

‘시대를 앞서가는 금융’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핀테크 플랫폼들은 P2P 광고에 나섰다. 너도나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P2P에 돈을 넣었다.



물론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관련법이 있었지만 P2P 대출은 사실상 제도권 밖에 있었다. 대부업법의 규제를 받았지만 재원의 운용측면을 규제할 뿐 정교한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중개업체들은 투자대상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위험 고지도 부실했고, 투자 이후 만기상환까지 관리하는 역량도 부족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손질에 나섰다. 지난해 8월27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을 시행한 것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의 건전한 육성과 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P2P 대출을 하기 위한 ‘자격요건’을 4년이 지난 뒤에야 규정한 것이다. 기존 투자자들은 이같은 요건을 갖추지 않은 업체들이 만든 상품에 돈을 맡겼다.



이제 P2P업을 영위하려면 법령상의 요건을 갖춰 등록신청을 해야 한다. 온투법은 자본금 최소 5억원 이상, 준법감시인 선임, 사업계획과 이해상충 방지, 전산인력 등 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문턱이 높아진 만큼 이를 넘지 못한 업체들은 등록신청조차 못한다. 상당수P2P업체가 그렇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2P 라이센스 보유업체는 온투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8월말 236개에 달했다. 하지만 이중 126개(3월말 기준)만 살아남았다. 업계 전체 대출 잔액은 4월 초 기준 1조870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4082억원)보다 약 5300억원 줄었다.

사고는 잇따라 터졌다. 올해 초 테라펀딩 등 대형 중계업체에서 잇달아 원금손실을 확정한 상품이 나왔다. P2P 분석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2017년 5%대였던 P2P 상품 연체율은 지난해 13.84%에서 최근 21.78%로 치솟았다. 블루문펀드, 넥펀 등 일부 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대박’ 기대와 달리 ‘손실’을 받아든 투자자들은 누군가 책임져 주기를 원한다. 이들은 P2P 상품을 광고한 토스 등 금융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다. 유명 플랫폼이 소개한 상품이라 안심했다는 논리다. 토스에서 부동산 소액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 2000여명이 최근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P2P상품을 ‘판매중개’ 했으니 뒷책임도 지라는 주장이다.

토스 등 핀테크 플랫폼들은 중개업자가 아닌 광고업자라고 맞선다. 모든 상품 투자가 플랫폼이 아닌 제휴 중개업체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온투법 시행령에는 테라펀딩 등 P2P 중개업체에 대한 준수사항만 담겨있다. 광고는 여전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원금 손실에 대한 보전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온투법 시행령 12조 3항은 ‘중개업자가 투자자 손실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사전에 보전을 약속하는 행위 또는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투자의 기본은 ‘이익도 내 것, 손실도 내 것’이라는 점이다. 투자자 스스로 투자상품이 안전한지 잘 보고 판단해 투자해야 한다. 이익이 나면 좋지만 손실은 몇 배로 더 아프고 힘들다. 5년 전 P2P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하이 리턴(높은 보상)’을 바랬고 그에 따른 ‘하이 리스크(높은 위험)’가 현실로 드러났다. 안타깝지만, 책임은 투자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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