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홍' 판매호조...풀무원 26년만에 라면시장 안착하나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1.04.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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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정·백·홍면 3종/사진제공=풀무원풀무원 ‘자연은 맛있다’ 정·백·홍면 3종/사진제공=풀무원


1995년 이후 꾸준히 라면시장을 두드린 풀무원 (10,720원 ▼90 -0.83%)이 26년만에 시장 안착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풀무원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제대로 마케팅 활동을 펼지지 않았음에도 신제품이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며 올해 영업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의 ‘자연은 맛있다 정백홍’(이하 정백홍)은 지난해 8월 출시 후 8개월만에 1000만개 판매를 넘어섰다. 이는 풀무원의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세운 2016년 '생면식감 육개장칼국수'(이하 육칼) 이후 최대치다. 당시 육칼은 출시 6개월만에 2000만개를 판매해 봉지라면 매출 10위 안에 진입했다.

풀무원은 정백홍이 빅모델을 쓰지 않고도 입소문만으로 1000만개가 팔리자 고무된 상황이다. 마케팅 리서치 기업 칸타(KANTAR)에 따르면 정백홍은 지난해 국물라면 신제품 중 앵그리 너구리에 이어 판매 2위를 기록했다.



김종남 풀무원 PM(Product Manager)은 “코로나 확산으로 대형마트 등에서 시식코너 운영이 금지돼 온라인 랜선 시식회를 여는 등 어려움 많았다”며 "그럼에도 맛으로 소비자의 재구매를 이끌어내면서 판매 2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풀무원이 라면 시장에 도전한 것은 1995년부터다. 대중화된 라면시장을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이 장악한 상황에서 '건강한 라면'을 표방하며 생라면을 시장에 내놨지만 냉장유통방식의 한계로 1년여만에 철수한다. 이후 웰빙 트랜드로 생라면 관심이 커지자 '생가득' 생라면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해왔다.

2011년엔 풀무원의 특징을 살린 '바른 먹거리'로 콘셉트를 잡고 유탕면 대신 기름에 튀기지 않는 건면 '자연은 맛있다'로 라면 시장에 또한번 도전장을 냈다. 꽃게, 굴, 새우, 조개 등 해산물을 넣어 깊은 풍미를 냈다. 한 때 월간 판매 8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지만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풀무원 라면의 최고 브랜드는 2017년에 나온 '생면식감'이다. 생면의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라면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풀무원 라면사를 새로 쓴 '육칼'이 생면식감의 대표 제품이다. 육칼이 성공하자 풀무원은 국내 첫 일본식 라멘 '돈코츠라멘', 가츠오부시를 넣은 '야끼소바' 등 요리 타입의 라면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마니아 층에서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지난해 출시한 '정백홍'은 풀무원의 라면 역사를 집대성한 제품이다. 건강식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의 입맛에 맞는 제품이라는게 풀무원의 설명이다. 재료들을 커피처럼 고온에서 로스팅해 깊고 진한 국물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비건 인증을 받은 '정면'은 슴슴할 것이란 편견을 깨고 칼칼한 매운맛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바지락, 백합, 새우 등을 로스팅한 '백면'은 감칠맛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얼큰한 맛의 '홍면'은 배우 조인성씨의 '대게라면' 요리에 쓰면서 입소문을 탔다. 풀무원은 정백홍 비빔면을 출시해 이런 관심을 비빔면 시장으로 옮기겠다는 포부다.

식품시장에선 아직까지 풀무원의 정백홍이 시장에 안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누적 1000만개 판매로 인기몰이를 했다고 보기엔 부족함이 있는데다 '팔도 꼬꼬면'처럼 초대박 인기를 끌었지만 지속적인 판매로 이어지기 어려운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실제 농심 신라면은 내수시장에서만 월 6700만개가 팔리고 있어 현격한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트랜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잠깐의 인기에 취해 생산시설을 늘렸다가 손실을 본 곳이 적지 않다"며 "2조원 라면시장에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곳은 농심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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