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동맹' 수장 유정준 "진화 할것인가 혁명 당할것인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4.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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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준 SK E&S 부회장/사진=SK E&S유정준 SK E&S 부회장/사진=SK E&S


"적극적으로 이볼루션(Evolution·진화)하지 않으면 레볼루션(Revoulution·혁명) 당한다."

대한민국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뭉친 첫 민간 기업 중심 '에너지 얼라이언스' 초대 의장으로 추대된 유정준 SK E&S 부회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지금 이 시점에 업계가 머리를 맞대 탈탄소에 힘 쏟지 않으면 "후배들에 직접 피해가 갈 것"이라며 절박함도 드러냈다.



유 부회장은 6일 에너지얼라이언스 출범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에너지 업계와 현대경제연구원 등 10개 민간기업은 6일 탄소중립혁신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SK E&S 외에도 두산중공업, DL에너지, E1,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현대차, 효성중공업 등이 참여했다. 유 부회장은 다음달 개최 예정인 에너지얼라이언스 창립 총회에서 의장으로 정식 취임한다.

'글로벌 1위 수소 기업'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2030년까지 환경 부정 영향 제로' 등 계열사마다 앞다퉈 도전적 목표를 내걸고 있는 SK 그룹 내 SK E&S가 에너지얼라이언스 초대 의장사를 맡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해 진행중인 그룹 내 긍정적 시도들을 전 사회로 확산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 부회장은 이날 구체적 수치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업계는 물론 우리나라 민·관이 머리를 맞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에 적절히 대응해야 함을 강조했다.

유 부회장은 "탄소중립이 지금 막 뜨는 것 같지만 다보스 포럼 등 해외 포럼에 참석해본 결과 해외에서는 이미 3~4년 전부터 상당히 논의됐단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탄소 관련 구체적 조치를 취하면 더욱 리얼하게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 년 전 세계은행 공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탄소 때문에 상각해야 할 이른바 '좌초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112조원)가 넘는다고 한다"며 "최근에는 고탄소 업종 9개에 노출된 대한민국 국민 투자 재산이 411조원이나 된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는 엄청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기후대응 규제로 인한 재무부담도 우리나라 기업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유럽연합(EU)의 새로운 탄소배출제도에 따라 이산화탄소 1톤당 비용은 30% 치솟아 이는 기업들에 한 해 약 240억달러(약 27조원)의 손실을 보게 할 것이란 닛케이신문 보도도 있었다.

유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1988년 도입된 석탄합리화 정책도 목표를 달성하는데 30년 이상이 걸리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부터 에너지 전환에 대응한다고 보고 10~20년 만에 목표 달성을 하려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201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3%에 불과했지만 이를 10년 만에 24%로 늘리는 등 유럽은 일찍 에너지 전환기에 대비했다. 일본도 40년 동안 준비해왔는데 우리는 이들 국가에 비해서는 늦은 출발이란 지적이다.

재생에너지 만의 특수성도 감안해 세심한 정책 조율도 필요하다. 단순히 공급시설만 늘릴 것이 아니라 소비단에서의 간헐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공급과 수요를 잘 조율하는 것이야말로 올초 한파로 인해 상단기간 블랙아웃(정전) 사태를 겪었던 '텍사스 사례'를 최대한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 부회장은 에너지얼라이언스 출범의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도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조합을 장기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하는데 이는 환경부만의 일도 아니고 기업들만의 일도 아니다"라며 "세계 트렌드에 비춰 너무 뒤처져서 도태되어서도 안되고 너무 급진적으로 가다 기업들이 오히려 죽게되서도 안되는데 이 타이밍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정부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해외 여러 기관과의 교류 의지도 밝혔다. 유 부회장은 "해외 여러 기관들과 정보 및 기술을 교류해 자원을 잘 활용할 것"이라며 "(탄소 정책에 관련한) '룰세팅(Rule Setting)' 단계에도 참여해 대한민국 입장과 논리도 대변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대 의장으로서의 우선 과제로는 에너지 기업과 신에너지 기업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잘 구성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연말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새로 내야 하고 신산업 정책들도 고민중이기 때문에 정책 입안에 있어 에너지얼라이언스는 '탄소중립' 큰 틀에 동의하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달성할지 방법론을 잘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연말 '2030 NDC'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제출했다. 단 UNFCCC는 75개국이 제출한 NDC를 분석한 결과 이는 턱없이 부족한 목표여서 올 연말까지 목표치를 상향해 수정 NDC를 다시 제출할 것을 권고한 상황이다. NDC 목표는 한 번 설정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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