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자가진단키트 기대↑…업체는 "중장기 과제" 반응 미지근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4.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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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가이드라인 공개…방역당국 "PCR검사와 함께 사용하는 보조적 수단"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일반인들의 검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주요 진단업체들의 반응이 미온적이다.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선 당국의 까다로운 임상기준을 충족시켜야 할 뿐 아니라 현재로선 품목허가를 받더라도 코로나19 무료검사를 제공하는 시스템 내에서 는 시장규모가 급성장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로나19 개인용 자가진단키트의 임상 기준 등을 담은 '코로나19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4차 개정)을 공개하면서 자가진단키트가 국내에서 출시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현재 국내 식약처에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검사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로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제품은 하나도 없다.

해외에서 이미 자가진단키트 승인을 받은 이력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 가이드라인에 맞춰 국내 출시 제품도 준비할 예정이지만 대부분 진단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지역보건소나 임시선별검사소를 중심으로 무료 PCR(유전자증폭)검사가 진행되는 등 관련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휴마시스 (1,759원 ▼39 -2.17%)는 지난 2월 24일자로 체코에서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Humasis COVID-19 Ag Test)의 자가 사용(self-testing) 인증을 획득했다. 회사 측은 체코에서 인증받은 것과 같은 제품으로 식약처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내수용 품목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휴마시스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확인한 뒤 대학병원 등과 연계해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환경과 의료기기 특성상 일반적인 의약품 관련 심사보다는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씨엘 (1,218원 ▼29 -2.33%)은 올해 1월 오스트리아에서 코로나19 항체 진단키트를 자가검사 품목으로 등록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개인에게 일주일에 3개씩 코로나19 항원검사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이 약국 등에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한데 피씨엘 제품도 시중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같은 제품의 국내 품목허가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씨젠·바이오니아 등 기존 코로나19 진단키트로 급성장한 기업들의 경우 현재로선 자가진단키트 개발 관련 공개할만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씨젠 관계자는 "현재로선 자가진단키트 개발 관련 공개할만한 사안이 없다"며 "최근 천종윤 대표가 2025년까지 세계 분자진단 검사 생활화를 목표로 하는 중장기 사업 비전을 발표하면서 중장기적인 과제로는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니아 역시 "항원·항체검사보다는 분자진단 키트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국내보다는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고 PCR검사키트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의 경우 수요가 불확실한 항체·항원 키트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매출원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방역당국도 지난해까지 검체 채취의 정확도와 어려움을 고려해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검체 채취를 잘못해 검사결과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때문에 국내에 자가진단키트가 도입되더라도 PCR검사와 함께 병행해서 활용하는 보조적 수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PCR은 코로나 유전자를 증폭해 검사하는 방식이라, 검체에 바이러스가 소량만 있어도 감염 초기부터 정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신속 검사는 몸 안에 바이러스양이 많을 때만 양성으로 나와 민감도가 PCR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질병관리청 청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현재 지역감염률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필요성이나 수요가 제기됐다"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정확한 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관계부처, 업계와 계속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현재 선별진료소나 보건소의 PCR검사가 무료로 진행되고 있어 국내에서 자가진단키트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임신진단키트처럼 10~20달러 정도의 가격경쟁력과 정확도가 확보돼야만 신규 시장 개척이 가능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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