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형제 갈등, 아버지 건강 두고 '2차전' 태세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1.04.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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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형제 갈등, 아버지 건강 두고 '2차전' 태세


한국타이어 3세 분쟁의 핵심변수인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조사가 재개된다.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한 감사위원 선임 표대결에 이은 자녀들간의 분쟁이 다시금 본격화될 분위기다.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이 조 회장의 건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절차에서 조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낼지가 관심사로 꼽힌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이달 21일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 본인를 비롯해 청구인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참가인 입장인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씨는 심문기일에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조 회장의 경우 대리출석은 할 수 없어 직접 나오지 않는다면 불출석 형태로 심문이 진행된다. 그런만큼 건강상태에 대한 변호를 위해 본인이 직접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심판 청구 이후 지속적으로 회사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 이사장, 조현식 부회장, 조희원씨는 변호인 대리 출석이 가능해 현장에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 이사장측 관계자는 "심문일이 중요한 일정이긴 하지만 아직 직접 출석 여부를 확정하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차남 조현범 사장과 주주총회서 표대결을 펼쳤던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성년후견 심판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참가인이 됐다. 그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조희원씨 역시 최근 참가인으로 입장을 바꿨다. 다만 이들은 이번 성년후견에 대해서는 서로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0일 조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될 가사조사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조 회장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방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통상 가사조사가 끝나면 병원을 통한 신체감정 절차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 법원 출석을 통한 심문을 연다. 과거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과정에서도 이같은 수순으로 진행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직접 출석이 요구되는 심문일정이 먼저 진행된 점을 들어 성년후견 결론이 예상보다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심문 이후 후견개시 여부 결정까지 3∼4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첫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대로 법원의 판단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당장은 시일을 예단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년후견 청구 관련 한 관계자는 "신체감정 후 재심문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며 "심문기일이 예상보다 빨리 잡히긴 했지만 6월까지 결론 나기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청구는 지난해 6월 조 회장이 차남 조혐범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형태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넘겨준게 발단이 됐다. 이로 인해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은 42.9%가 돼 나머지 자녀들의 지분 총합을 훨씬 웃돌게 됐다.

이후 장녀 조희경 이사장은 "(아버지가) 평소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을 해 자발적 의사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조 회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성년후견 심판 결과가 조 이사장 등 자녀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경영권을 잡은 조현범 사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년후견 개시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앞서 결정된 지분 매각은 되돌릴 수 없어 현 경영체제에 대한 변동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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