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올해도 상복…삼성호암상에 봉준호 등 6명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4.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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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삼성전자/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뜻을 기리는 삼성호암상 올해 수상자로 현대 수학계의 오랜 난제를 해결한 허준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등 6명이 선정됐다.



현대사회의 경제적 양극화를 소재로 한 영화 '기생충'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예술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호암재단은 올해 삼성호암상 수상자로 과학상 물리·수학부문에 허준이 교수(38),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에 강봉균 서울대 교수(60), 공학상에 조경현 미국 뉴욕대 교수(36), 의학상에 이대열 미국 존스홉킨스대 특훈교수(54), 예술상에 봉준호 감독(52), 사회봉사상에 이석로 방글라데시 꼬람똘라병원 원장(57)을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호암재단은 올해부터 상 명칭을 '삼성호암상'으로 변경해 글로벌 기업 삼성이 단독 후원하는 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국가과학기술 역량 육성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과학상을 물리·수학부문과 화학·생명과학분야로 확대 개편해 시상했다.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시상 확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리·수학부문 과학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2022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젊은 수학자다. 현대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을 획기적인 대수기하학적 방법론으로 해결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화학·생명과학부문 과학상 수상자인 강봉균 교수는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를 분자세포 수준에서 처음으로 보여주고 기억저장과 조절의 원리를 규명한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강 교수의 성과는 앞으로 치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기억저하와 조절에 관한 연구의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경현 교수는 문장의 앞뒤 맥락까지 파악해 고품질의 번역을 할 수 있는 '신경망 기계번역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조 교수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현재 대다수 번역엔진에 사용되고 있다.

의학상을 받는 이대열 교수는 영장류의 뇌 기능 실험 연구에 경제학적 이론을 접목시켜 뇌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규명한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다. 다양한 학제간 융합학문인 '신경경제학' 분야를 창시해 신경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치료 가능성을 선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봉준호 감독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작품으로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영화는 물론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드높인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사회봉사상 수상자인 이석로 원장은 방글라데시의 한국인 슈바이처로 불린다. 방글라데시 꼬람똘라 빈민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27년 동안 헌신하면서 연간 8만여명을 치료하고 무료 간호학교를 설립했다.

호암재단은 국내외 저명 학자와 전문가 4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와 49명의 해외 석학 자문단이 업적 검증, 현장 실사 등 4개월 동안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호암재단 관계자는 "올해 물리·수학부문 과학상에 허준이 교수, 공학상에 조경현 교수 등 30대의 젊은 과학자 2명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학계에서도 큰 소득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삼성호암상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씩 총 18억원이 주어진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6월1일 진행된다.

삼성호암상은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0년 제정한 상이다. 호암재단은 올해까지 총 158명의 수상자들에게 289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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