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철수에도 '롤러블폰' 출시 준비...LG는 왜 그랬을까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1.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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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는 LG 롤러블 티저 영상올 초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는 LG 롤러블 티저 영상


LG전자가 오는 7월 31일을 끝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하는 가운데, 끝까지 롤러블폰 출시를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시장철수는 이미 연초부터 거론돼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음에도 롤러블폰 개발만은 마지막 순간까지 멈추지않은 것이다.
LG전자는 왜 롤러블폰을 두고 이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했을까.

앞서 6일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시험인증센터에 따르면 LG전자는 하루전인 5일 LG 롤러블(LM-R910N)에 대한 전파인증을 획득했다. 공교롭게도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철수를 공식화 한 날, 롤러블폰은 전파 인증을 통과한 것이다.



전파인증은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 기기를 출시하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절차다. 이번에 인증을 획득한 LM-R910N은 지난해 11월 말 이동통신 3사 전산망에 등록됐던 LG 롤러블의 모델명이다. 통상 전파 인증을 획득하는데 약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LG전자가 전파 인증을 신청한 것은 지난달 초로 추정된다. LG전자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던 시기다.

이 때도 시장에서는 사실상 LG전자가 사업 철수수순을 밟는 것으로 봤는데,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롤러블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LG전자는 시장 철수설과 함께 LG 롤러블 개발이 중단됐다는 소식이전해지자 "계속 개발 중"이라며 반박하기까지 했다.



업계는 이같은 행보가 끝까지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롤러블폰은 화면이 제품 안쪽에 말려 있다가 필요할 때 펼쳐지는 제품으로, 폴더블(접이식)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혁신 폼팩터로 시장 기대가 컸던 제품이다. LG전자가 이같은 시장의 기대감을 스마트폰 사업 매각시 몸값을 높이거나 최소한 교섭력을 높이는데 활용하려 했다는 관측이다.

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짧게 등장한 LG 롤러블 모습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짧게 등장한 LG 롤러블 모습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제품 관련 영상을 공개하고, 불과 10일만에 돌연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포함한 사업운영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 매각 또는 철수, 축소 등을 두고 고심하는 와중에 굳이 새 제품 개발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며 "특히 매각으로 결정나면 인수기업이 필요성과 흥행성 등을 검토해 지속여부를 결정하고 부품수급과 양산 일정도 원점에서 재검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수년전부터 스마트폰 사업 통매각을 추진해왔고 IB(투자은행)을 통해 빈그룹, 구글, 페이스북, 폭스바겐 등과 물밑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격과 조건이 눈높이에 맞지않아 매각 작업은 지지부진 했고 결국 사업전면 재검토를 공식화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매각이 여의치 않자 철수로 방향을 튼 가운데, 내부 직원 동요를 막기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롤러블폰에는 LG전자의 핵심 개발인력들이 대거 투입됐는데, 개발을 중단할 경우 이들이 이탈하고 이는 MC 사업본부 다른 직원들에도 상당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어 끝까지 개발을 접지않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내달까지 제품을 생산을 지속하는 만큼 롤러블폰이 출시 여지가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일말의 기대섞인 바람도 있다. 그러나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LG 롤러블은 출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잘라 말했다.

사업 철수에도 '롤러블폰' 출시 준비...LG는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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