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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알아서 굴려주는 것 좋지만..."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1.04.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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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퇴직연금을 받았을 때 수익률이 좋은 것과 원금이 손실을 입은 것 중 어떤 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줄까요."

누군가는 수익은 다른 데서 올릴 테니까 퇴직연금은 예금처럼 그냥 차곡차곡 모이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는 그래도 이왕이면 잘 굴려서 수익률이 높은 게 더 좋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물론 수익률이라는 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높기를 바란다면 낮을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각자의 필요와 처한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게 다를 것이다.

퇴직연금이 국내에 도입된 지 16년이 흘렀다. 그렇지만 여전히 1~2%대 낮은 수익률 밖에 올리지 못하면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 등은 가입자가 운용방법을 지정하지 않으면 지정된 펀드 또는 투자일임계약으로 자동투자 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를 놓고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의 입장은 갈린다. 디폴트옵션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원리금보장형을 ‘옵션’으로 포함하는 것을 두고는 첨예하게 갈린다. 증권업계는 두팔을 벌려 환영하는 반면 은행이나 보험업계는 난색을 표한다. 증권업계는 계약자가 원금손실 위험을 떠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하는 제도인데 원리금보장형을 고를 수 있게 하면 제도 도입이 무색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이나 보험업계는 퇴직연금의 성격을 감안하면 수익률 만큼이나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금손실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 기조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이 맹점이라고 지적한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당수는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지는 실제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소극적인 성향의 가입자가 많다는 의미다.

물론 금융사들이 운용을 잘 하고 증시 등 시장상황도 ‘기가 막히게’ 좋아서 나중에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비롯해 옵티머스·라임 사태 등의 경우도 적극적으로 펀드에 가입하고 나서도 손실이 발생하자 분쟁이 벌어졌다. 퇴직연금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 더 큰 다툼이 생길 수 있다.

통상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 규약을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각자 운용방식을 정하게 된다. 일부 사업체는 펀드에 자동투자하는 것을 원하지만 일부는 계속 원리금보장이 되는 방식을 원할 수도 있다. 2019년 기준 전체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는 637만1000명이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운용방식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펀드로 운용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는 2017년말 기준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70.7%였는데, 2018년 5월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후 76.3%로 오히려 약 5.6%p(포인트) 늘었다. 2016년 1월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도입된 초저금리 상황에서 퇴직연금의 수익률보다 원리금보장에 대한 수요가 더 컸다는 의미다. 일본은 감독기관이 정한 디폴트옵션의 선정요건을 충족하면 인가해주는 방식이다. 인가기준에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돼 있다.


결국 논의의 핵심은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다. 디폴트옵션을 도입해서 전반적인 수익률을 개선하는 것에 반대할 금융사도, 가입자도, 명분도 없다. 다만 운용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꼭 펀드에 투자하는 것만이 아니라 ‘원리금 보장’을 자동 전환하는 선택지도 마련해 둬야 한다. 설령 나중에 모든 사업체가 펀드 투자를 택한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제외해서는 안 된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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