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이 '파리바게트'와 손잡은 이유…ESG의 진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4.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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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시계방향으로)실리콘 파우치가 적용된 이너보틀 용기, SKC와 CJ제일제당이 개발한 신규 생분해 포장재를 적용한 CJ제일제당의 행복한콩 두부제품, SK ZIC 친환경 윤활유 제품/사진제공=각사(위부터 시계방향으로)실리콘 파우치가 적용된 이너보틀 용기, SKC와 CJ제일제당이 개발한 신규 생분해 포장재를 적용한 CJ제일제당의 행복한콩 두부제품, SK ZIC 친환경 윤활유 제품/사진제공=각사


소재를 만드는 석유화학 기업을 중심으로 이종업계간 친환경 강화를 위해 맞손 잡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각 기업이 가진 특장점을 결합해 효율적으로 ESG 경영 목표를 달성하고, 선언으로만 그치는 게 아닌 실생활에 쓰이는 제품을 만들어 직접 친환경 생활화를 유도하는 한편 ESG 경영 활동 측량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개별 기업 혼자 잘해서는 친환경 사업 확산을 이룰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자리한다.



5일 롯데케미칼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손잡고 '탄소중립 및 친환경 사업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의 탄소중립 실현, 친환경 기술 공동 투자·개발, 친환경 사업화 등이 MOU에 담겼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Green Promise(그린 프로미스) 2030'을, 삼성엔지니어링은 'Beyond EPC, Green Solution Provide(비욘드 EPC, 그린솔루션프로바이더)'와 같은 슬로건을 선언해 친환경 분야에 힘을 쏟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국내외 사업장 에너지 효율화, 온실가스 및 환경영향물질 저감 등 시스템과 설비 구축에 삼성엔지니어링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형태로 양사 모두 환경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조만간 ESG 효과 측량화가 기대되는 협업 사례도 나왔다. 한진과 SK루브리컨츠 간 탄소감축을 위한 협력이다.

지난달 말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와 한진이 친환경 윤활유 사용을 확산해 화물 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조현민 (주)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도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협약은 (주)한진의 녹색물류, SK루브리컨츠의 친환경 윤활유라는 각각의 ESG 추진 방향에 따라 이종 산업간 ESG 경영의 구체적 실행이라는 공동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사례로 높이 평가받았다. 구체적 수치도 있다. SK루브리컨츠의 친환경 윤활유를 쓰면 연비는 높아지고 가스 배출은 줄어 택배 차량 1대 기준 연간 약 3.7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다.

양사는 앞으로 친환경 윤활유 사용 유무에 따른 변화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으며 이를 각사 ESG 경영 지표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윤활유 가 고가란 점을 고려해 SK루브리컨츠는 당분간 제품 및 교체비용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

㈜한진과 SK루브리컨츠가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탄소감축을 위해 물류차량에 친환경 윤활유를 도입하는 MOU를 맺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한진과 SK루브리컨츠가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탄소감축을 위해 물류차량에 친환경 윤활유를 도입하는 MOU를 맺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어쩔 수 없이 비닐 포장지나 플라스틱을 사용해아 하는 환경에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환경 오염에 대한 걱정을 덜게 하려는 시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LG화학은 국내 혁신 스타트업과 손잡고 플라스틱 생산, 사용 후 수거, 리사이클까지 망라하는 ESG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매년 전세계에서 150억병의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가 버려지는 것으로 집계될 만큼 이 용기를 처리하는 게 큰 숙제다. 이중 10%만 재활용해도 연간 7만5000톤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이너보틀'과 손잡고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과정이 보다 용이한 구조를 만들었다. LG화학이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사용됐던 이너보틀의 용기만 회수하는 전용 물류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구조다.

특히 이너보틀은 투명한 플라스틱 병 안에 풍선 모양의 '실리콘 파우치'를 넣은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데 화장품 내용물이 파우치에만 담기도록 해 외부 플라스틱 용기를 버릴 때 사용자가 별도로 세척할 필요가 없다. 양사는 해당 플랫폼을 향후 식품이나 의약품 용기에도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달 말 SK종합화학은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 그룹의 패키징 생산 계열사 SPC팩과 '친환경 패키징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패키징 재활용이 쉽도록 단일 소재 플라스틱 패키징 개발, 재생 플라스틱 활용 패키징 개발, 친환경 생분해 패키징 개발 등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SKC는 CJ제일제당과 손잡고 기발한 포장재를 만들어 냈다. SKC는 생분해 PLA(Poly Lactic Acid) 필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CJ제일제당은 생분해 PHA(Polyhydroxy Alkanoate)를 개발한 이력이 있다. 옥수수 추출 성분의 PLA에 식물 성분의 PHA가 더해져 강도가 우수하고 유연한 투명 생분해 포장재가 탄생했다.

CJ제일제당은 이 포장재를 우선 '행복한 콩 두부' 묶음 제품용으로 사용한 뒤 향후 적용 제품을 화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량을 연간 약 50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열심히 연구개발(R&D)해 친환경 소재를 만들더라도 이를 사용해주는 기업이나 소비자가 없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최근의 잇단 협업 발표들은 ESG 경영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우리 생활을 좀더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액션 플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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