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위해 차려진 1.2조 '단체급식'…삼성·LG 등 "일감 나누기"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4.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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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위해 차려진 1.2조 '단체급식'…삼성·LG 등 "일감 나누기"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들이 25년의 관행을 깨고 단체급식 사업을 제3의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그동안 대기업 소속 단체급식 업체는 대부분 계열사들과 수의계약을 바탕으로 손쉽게 매출을 늘려왔다. 이번 결정으로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단체급식 물량이 시장에 풀린다.

8개 대기업 “단체급식, 수의계약→경쟁입찰 전환”
단체급식/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단체급식/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삼성, 현대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과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서울 마곡동 소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열었다.



지난 25년 동안 대기업 소속 단체급식 업체들은 그룹 계열사들과 수의계약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했다. 2019년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4조2799억원인데 △삼성(단체급식업체명 삼성웰스토리) △LG(아워홈) △현대차(현대그린푸드) △CJ(CJ프레시웨이) △신세계(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사가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날 8개 대기업은 이런 관행을 벗어나 경쟁입찰을 통해 중소기업 등에 사업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이들의 수의계약 물량이 순차적으로 경쟁입찰로 전환돼 시장에 풀리게 된다.



삼성은 지난 3월 시범적으로 2개 식당 개방을 결정해 외부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토대로 전면 개방을 검토한다. LG는 내년부터 단체급식 일감을 전면 개방할 계획이며, 소규모 지방 사업장에 대해선 인근 중소·중견 급식업체 선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기존 사업장’은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서 경쟁입찰을 시범 실시하고, 연수원·기숙사·서비스센터 등 ‘신규 사업장’은 전면 경쟁입찰을 도입한다. CJ는 그룹 내 단체급식 물량의 65% 이상을 순차 개방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이 ‘실행 없는 선언’에 그치거나, 그룹 간 ‘나눠 먹기’가 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일감 개방 성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단체급식업에 종사하는 독립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엄청난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각 그룹 직원은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경쟁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감 나누기야 말로 사회적 기여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초석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삼성 ‘과징금 감경’ 요인?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이번 결정은 공정위의 삼성웰스토리 제재가 임박한 시점에 발표된 것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공정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2018년부터 조사를 해왔고, 올해 초 삼성 측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향후 전원회의를 거쳐 제재 여부·수준을 결정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및 식자재 유통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2013년 설립한 회사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업계 1위로 성장했다. 현재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로, 삼성물산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33%,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5.55%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단체급식 일감 개방과 개별 사건은 서로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 삼성의 결정이 삼성웰스토리 사건과 관련한 ‘자진시정’으로 인정된다면, 향후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할 경우 감경 사유가 될 수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이 자진시정을 한 경우 과징금의 일정 비율을 감경할 수 있다.

권순국 공정위 내부거래감시과장은 “만약 사건화된 사안이 있을 경우 단순히 ‘일감개방을 해서 자진시정이다’라고 볼 수는 없고, 일감 개방의 폭, 선언, 실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자진시정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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