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폰 성공에 너무 취했나…LG폰 철수의 결정적 이유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1.04.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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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싸이언 초콜릿폰. /사진=LG전자LG 싸이언 초콜릿폰. /사진=LG전자


한때 세계 3위였던 LG전자 휴대폰이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다. 1995년 첫 휴대폰인 '화통'을 시작으로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 지 26년 만에 완전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노키아, 블랙베리 등 제조사의 몰락을 지켜봐 온 LG전자 역시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초콜릿폰, 프라다폰…황금기 누리던 LG
LG전자 프라다폰 /사진=LG전자LG전자 프라다폰 /사진=LG전자
LG전자는 1995년 화통으로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브랜드명은 프리웨이를 거쳐 '싸이언'(CYON)으로 정착했다. 당시 싸이언은 삼성전자 ‘애니콜’과 함께 국내 피처폰(일반폰) 시장을 양분했다.



특히 2006년 '초콜릿폰'으로 텐밀리언셀러(1000만대)라는 초대박을 터트리며 명성을 날렸다. 이듬해인 2007년엔 명품브랜드 프라다와 협업해 내놓은 '프라다폰'이 초콜릿폰 인기를 이어받았다. 프라다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함께한 휴대폰이다. 당시 88만 원이라는 초고가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이후에도 5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뷰티폰', '롤리팝' 노래로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은 '롤리팝폰' 등 휴대폰 시장의 황금기를 이어갔다. LG전자는 '저무는 해'였던 모토로라를 제치고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 3위까지 올라섰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피쳐폰?...LG의 뼈 아픈 선택
LG전자 '옵티머스 LTE' 발표회 모습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LG전자 '옵티머스 LTE' 발표회 모습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계속된 성공에 취했던 것일까. 다가올 스마트폰 혁명을 과소평가한 LG전자에 암운이 드리운 건 2010년부터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지만, LG전자는 이같은 시대의 흐름을 외면했다. 2009년 9월 '뉴초콜릿폰', 2010년 2월 '롤리팝2'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LG전자 경영진은 "아직 시장은 스마트폰을 원치 않는다", "스마트폰은 찻잔 속 태풍일 뿐"이라며 피처폰 신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전략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 잘못된 조언을 한 것이 결정적 단초가 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경영진의 '판단 미스'가 본질이었다.

LG전자는 한참 늦은 2009년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 '안드로-원'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급조된 제품이었던 만큼 완성도에 문제가 있었다. 이듬해인 2010년 '옵티머스' 브랜드를 선보였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2010년 2분기 13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흥행도 잠깐…쇠락의 길 접어든 LG폰
LG전자 모듈형 스마트폰 'G5' /사진=LG전자LG전자 모듈형 스마트폰 'G5' /사진=LG전자
이후 3년 뒤인 2013년 LG전자는 옵티머스 브랜드를 버리고 새롭게 G·V 시리즈를 선보이며 반전을 노렸다. 이중 두 번째 모델인 'G2'의 시장 반응은 비교적 괜찮았다. 후속인 'G3'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당시 MC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박종석 사장은 "G3를 1000만대 이상 판매하는 게 목표"라며 "스마트폰 세계 3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인기는 단발에 그쳤다. 곧 품질불량 이슈가 터지며 참패했다. 2015년 출시된 'G4'는 발열과 무한 재부팅 현상을 보였다. 2016년 세계 최초 모듈형폰으로 관심을 모았던 'G5'는 연결 부위의 단차 등 불량이 발목을 잡았다. MC사업본부 2016년 3분기 영업손실은 4256억 원까지 곤두박질했다.

이후 보조 디스플레이, 두 개의 전면 카메라, 하이파이 쿼드 덱 등 차별화를 시도한 V 시리즈를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지난해 LG전자는 MC사업부 적자 탈출을 위해 자사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 G·V 시리즈까지 버리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제품마다 개성 있는 브랜드 이름을 붙이는 전략을 취했다. 지난해 5월 나온 LG 벨벳이 그 첫 제품이다. 기존 LG전자 스마트폰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사양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으로 또다시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나온 화면이 가로로 돌아가는 LG 윙 역시 “독특하긴 한데 이게 필요할까?”라는 평가를 받으며 소비자에 외면당했다. 자존심 회복을 벼러온 LG전자는 야심작 롤러블폰 개발계획을 공개하며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몇달만에 사업철수를 결정함에따라 롤러블폰은 빛을 보지 못한채 미완성작으로 남게됐다.

낄 자리 없는 LG…결국 두손·두발 들었다
LG전자 MC사업본부 영업이익 추이LG전자 MC사업본부 영업이익 추이
2015년 2분기부터 시작된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로 이어졌다. 적자 규모는 5조 원에 이른다. 이 기간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현재 CEO), 이연모 부사장 등이 이어 맡았지만 모두 사업 반등에 실패했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2015년 5970만대를 정점으로 계속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9년에는 연간 3000만대도 무너졌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 수준에 그친다. 점유율 집계에서 보이지 않는 '기타 브랜드'로 분류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고 있음에도 과거 피처폰의 성공에 취한 경영진의 미숙한 대응과 장기적 로드맵에 따른 방향성과 일관적인 연구개발 투자, 이를 이끌 리더십과 비전이 뚜렷하지 않았던게 LG 폰의 철수로 이어졌다"면서 "그동안 쌓아온 특허와 개발역량을 전장사업 등으로 이식해 스마트폰사업에서의 굴욕을 만회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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