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중/출처=마블
이미 일부 극장들은 디즈니가 '라야'를 극장과 디즈니 플러스에 동시 공개하기로 결정하자 보이콧에 나섰다. 미국 3위의 극장 체인인 씨네마크 홀딩스는 지난달 '라야' 개봉 보이콧을 결정했다. 당시 개봉작이 몇 개 없었음에도 내린 조치다. 미국 내 30개의 극장을 둔 하킨스 극장도 '라야'를 상영하지 않고 있다. 미국 2위 극장체인 시네워드 그룹은 지난 주말 20개 극장을 다시 열었지만, 대부분의 상영관에 '라야'는 걸지 않았다.
디즈니와 극장가 사이의 이 같은 긴장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영화 스튜디오와 극장 사이의 역학 관계를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하다. 극장들은 팬데믹 국면에서 오랜 기간 극장 문을 닫으며 파산 위기에 몰렸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보는 데 더 익숙해졌다. 넷플릭스 같은 OTT가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고, 대형 영화 제작사들도 OTT에 작품을 바로 선보인다.
과거 디즈니는 극장에서 최대한 자사 영화가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고, 극장 좌석 확보가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에 극장체인의 입김이 그만큼 컸다. 극장과 영화 제작사간 기싸움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3년 AMC 등은 디즈니가 '아이언맨3'의 극장 티켓 수익 배분을 기존보다 더 많이 요구하자 온라인 예매 거부에 들어갔다. 이후 수정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측은 협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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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OTT란 새로운 채널이 생기며 극장에 대한 스튜디오의 협상력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넷플릭스와의 OTT 경쟁을 강화하고 있는 디즈니는 점점 더 많은 영화를 디즈니 플러스에 동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가 지난달 기준 1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2024년까지 2억6000만명의 가입자 목표 달성이 궤도에 올랐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디즈니는 마블 스튜디오를 포함, 무수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했기 때문에 영향력이 남다르다. 디즈니는 2019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 을 포함해 팬데믹 수년 전부터 박스오피스를 장악해왔다. 2019년 한 해에만 디즈니의 마블 타이틀인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40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디즈니 외 다른 영화 스튜디오들도 팬데믹을 거치며 OTT에 적극적이 됐다. AT&T가 보유한 워너 브라더스 영화 스튜디오는 지난해 12월 영화 '매트릭스 4', '듄', '고질라 대 킹콩' 등 올해 개봉 영화를 모두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에 함께 공개하다고 해 극장가를 뒤집어 놨다. 워너 브라더스 측은 팬데믹 때문에 올해 중 한정된 상황이란 취지로 설명했지만 당시 극장 관련 기업 주가는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