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LG엔솔·SK이노 중대기로..바이든 거부권 어디로?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우경희 기자 2021.04.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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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LG엔솔·SK이노 중대기로..바이든 거부권 어디로?


2년을 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또다시 중대 국면을 맞는다. 이번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SK이노베이션에 미국 사업 계속의 길을 열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거부권 가능성 낮게 본 'LG'..배수진으로 플랜B 돌입 'SK'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0일(현지시간)까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내려진 수입금지 조치 관련,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단 10일이 공휴일이어서 12일로 넘길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지난 2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론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줘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제한적 10년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결정일로부터 60일간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조치가 미국 공익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ITC 설립 100여 년 역사상 영업비밀 침해 건으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의 지속 운영을 위해선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이 최근 미국 정계 인사들을 만나 공익 측면에서 사업 지속 당위성을 설파하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공장이 현지에서 창출하는 일자리나 전기차 생산 생태계에 끼칠 긍정적 영향을 고려해 거부권이 내려지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한편 '플랜 B'(차선책)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이미 투입된 설비를 유럽 헝가리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이다.

중국·유럽에 이은 전기차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해 2019년 첫 삽을 뜬 후 이미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미국 공장을 접는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뼈아픈 결정이다. 그만큼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하는 합의금을 주는 것보다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것이 낫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긴 붓으로 느낌표에 화룡정점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지난 2019년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긴 붓으로 느낌표에 화룡정점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벼랑끝 내달리는 양사..극적 합의 계기 마련할 수 있나
지난 2월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한 이전에 양사가 합의점을 찾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양사는 오히려 '강대강'으로 대치중이다.

지난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 피해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수를 둔데 이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대신해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이명영 사내이사가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고 미국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사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불을 놓은게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양사 최고위급 경영진이 협상석을 마련해 LG에너지솔루션이 약 3조원 이상을, SK이노베이션이 기존 제시금보다 높은 1조원을 제시했지만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양사가 직접 합의금을 공개한 적은 없기 때문에 실제 거론된 합의금과 지급 방식은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ITC가 영업비밀 침해건과는 별개로 진행중인 특허 소송전에서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준 것이 협상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ITC는 2019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제기했던 배터리 분리막 등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침해치 않았단 예비결정을 내렸다. 곧이어 지난 1일 ITC 행정판사는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데 대헤 제기했던 특허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낸 '제재 요청' 기각 결정도 내렸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 소송은 별개지만 모두 양사의 기술력과 자존심을 건 싸움인 만큼 최근의 ITC 결정이 SK이노베이션엔 분위기 반전의 카드를 쥐어준 셈이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선 "영업비밀 침해 소송도 이번 특허소송과 마찬가지로 사안 본질을 두고 직접 다퉜더라면 다른 결론이 있었을 것"이란 탄식마저 나온다.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소송 과정에서 문서를 삭제하면서 영업비밀 침해는 다퉈보지도 못하고 수입금지 조치를 받았다"며 회사를 강하게 질책허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이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손해배상 소송까지 가더라도 명명백백 다퉈보겠다'는 이유이기로 하다.

소송의 장기화는 양사 모두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합의 불발시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목표로 한 상장 관련 소송 부담을 지고 증시에 입성해야 하고, SK이노베이션도 미국 공장을 접는 게 사업상 큰 타격이다. 무엇보다 갈데까지 가버린 양사 감정의 골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소송에 투입된 시간적, 물질적 기회비용은 돌이킬 수 없다.

한 지식재산권 분야 전문가는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 대한상사중재원 등 중재와 조정을 위한 국내 제도는 얼마든지 마련돼 있고 또 양사 요구사항을 추가로 반영해서 만들 수도 있다"면서도 "당사자들이 자리하겠다는 의지나 명분이 가장 중요해 보이고 지난 번 정세균 국무총리의 합의 촉구 발언도 명분 마련 의도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 1월과 3월, 양사에 거듭 합의 요청의 공개 발언을 이례적으로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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