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도 실손보험 판매중단, 생보사 절반 이상 안판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1.04.0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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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생명도 실손보험 판매중단, 생보사 절반 이상 안판다


신한생명이 지난해 말부터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로써 생명보험회사 중 10개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했고, 절반도 안되는 7개사만 판매 중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지난해 3월부터 설계사 채널의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만 팔다가 지난해 말부터는 이조차 중지했다. 현재 신한생명은 실손보험 신계약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계약을 신 실손상품으로 전환할 때만 팔고 있다. 사실상 실손보험 판매를 하지 않는 셈이다. 오는 7월 신한생명과 통합을 앞둔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2012년 말부터 이미 실손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로써 실손보험을 팔던 17개 생보사 중 10개사가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외에 라이나생명,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KB생명, DB생명, 미래에셋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하지 않는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대형사와 NH농협생명, 동양생명, 흥국생명, ABL생명 등 7개사는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입할 수 있는 연령을 크게 낮춘 상태다. 만 50세 이상의 경우 가입이 어려운 보험사가 대부분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악사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중소형 3개사를 제외한 10개사가 아직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손보사들도 가입연령을 낮췄거나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가 언더라이팅(인수심사)을 강화해 병력이 전혀 없는 젊은 층도 방문진단 심사를 거치지 않고 실손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다.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면 피를 뽑거나 혈압을 재는 등의 사전진단을 받아야 한다. 예전에는 병력이 없는 20~30대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손쉽게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보험사들이 잇따라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신규 가입을 꺼리는 이유는 손해율 악화로 적자가 심해져서다. 손해보험사 기준,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5%로 집계됐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0.5원을 지급한 것인데, 팔수록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손해보험사 기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실손보험 누적 손실액은 7조3462억원에 달한다.

실손보험 손해액이 급증한 이유는 의료 이용량이 늘어 보험금 청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이른바 '문재인케어'가 시행된 후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단계적으로 급여로 전환해 실손보험 등을 판매하는 민간 보험사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더 나빠졌다. 의료기관이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또 다른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풍선효과’가 통제되지 않은 탓이다.


일례로 지난해 상위 5개 손해보험사가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4100억원이 넘는다. 전년에 비해 51.4% 늘었고, 4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365.4% 폭증했다. 일부 병원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백내장수술을 하면서 다초점렌즈를 삽입해 시력교정을 해 주고 검사료를 부풀리는 식으로 건당 600만원 이상의 진료비를 받는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7월 많이 쓰면 보험료를 할증하고 안 쓰는 깎아주는 새 실손보험이 출시돼 예정이지만 기존에 판매된 이른바 구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워낙 나쁜 상황"이라며 "7월 이전에 추가로 판매를 중단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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