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면세점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호텔신라와 김 회장의 소송전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회장은 동화면세점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호텔신라에 지분 19.9%(35만8200주)를 600억원에 매각했다.
호텔신라는 이후 3년 뒤인 2016년 12월 매도청구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지분을 재매입하지 않고 담보로 설정한 주식을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단 답변을 내놨다. 이에 호텔신라는 2017년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동일한 면세점이지만 대기업 면세사업권을 갖고 있는 호텔신라에게 중소·중견 면세사업자인 동화면세점의 지분은 큰 의미가 없단 이유에서다. 운영할 수 없을 뿐더러 애초에 경영권을 받을 생각도 없었다는 것이다. 주식을 받게 되면 즉시 매각해야 하는데,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동화면세점의 주식이 골칫덩이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에 1심은 호텔신라의 주장을 받아들여 주식지분이 아닌 778억원의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호텔신라가 경영권 취득 의사가 있다고 보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주식매매계약 당시 호텔신라는 경쟁관계인 신세계의 시내 면세점 사업 진출을 견제하고 교두보 확보가 필요했기에 동화면세점 주식을 취득했으나 투자자금 회수 수단도 필요했을 것"이라며 "위약벌 규정만으로 강제성이 충분하다 여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상주식(19.9%)과 잔여주식(30.2%)을 합해 전체 주식의 50.1%가 되도록 잔여주식의 양을 정해 무상귀속시키는 위약벌 규정은 호텔신라가 만들었다"며 "경영권 취득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질권설정한 주식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갖게 되는 만큼, 호텔신라가 경영에 관여하는 목적을 가졌다고 본 것이다. 현재 동화면세점 지분은 호텔신라가 가진 19.9%를 제외하면 김기병 회장(41.66%)과 부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21.58%), 장남인 김한성 동화면세점 대표(7.92%) 등 오너일가와 계열사인 롯데관광(7.83%), 동화종합상사(1.11%) 등 김 회장 우호지분이 대다수다.
호텔신라 측은 항소 등 대응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판결문을 보고 세부사항 등을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