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만든 쓰레기, 에코백으로…'현수막 안쓰겠다'는 후보도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홍순빈 기자 2021.04.0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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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면 쓰레기가 남는다-下]

'기호 0번 OOO' 현수막…선거 후 지갑·에코백으로 재탄생
폐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가방/사진제공=업타이거폐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가방/사진제공=업타이거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동안 발생한 폐현수막 양은 총 1700톤. 이 중 52% 가량이 소각됐고 재활용된 게 24%, 나머지는 처리 방법조차 찾지 못했다. 한 번 쓰고 태워지거나 땅에 묻히는 현수막들은 환경을 오염시킨 채 생명을 다한다.

선거 후 생명이 다한 폐현수막에 다시 숨을 불어 넣어주는 업체들이 있다. '현수막 리싸이클링' 업체들은 현수막을 지갑이나 에코백, 마대자루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농촌에서는 현수막을 잡초제거에도 쓴다.



폐현수막의 '두번째 삶'…"환경에 도움되는 쓰임새 한번 더 찾도록"

폐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지갑/사진제공=업타이거폐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지갑/사진제공=업타이거




업사이클링 업체 큐클리프는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쓰인 현수막들을 재활용해 지갑 같은 상품을 제작했다. 큐클리프는 사용이 끝난 현수막을 수거한 뒤 세탁과 재단 과정 등을 거쳐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으로 탈바꿈시켰다.

큐클리프 측은 "현수막이 소각 혹은 매장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현수막을 한 번쓰고 버리는 것보단 제품으로 탄생시켜 판매도 되고 쓰임새를 한 번 더 찾게 하도록 하려는 의도와 취지로 제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체는 현수막 자체를 친환경 원단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페트병 등을 재활용한 원단으로 현수막을 만들고, 현수막을 쓰고 난 뒤 다시 기증 받거나 사들여 또다른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 중이다.


폐현수막으로 에코백이나 핸드폰 케이스를 만드는 업체도 있다. 업사이클 브랜드 업타이거는 지난해 총선 이후 서초구청을 통해 폐현수막을 수거했다. 이후 워싱 작업과 PVC 작업을 통해 현수막에 쓰인 '한글'을 도드라지게 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업타이거 측은 "폐현수막으로 독특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과 소비자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사업' 위한 지자체-업체 간 협업도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원단전문업체 세진플러스는 지자체와 협업해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했다. 업체는 현수막으로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고민했고, 현수막을 고밀도 섬유패널로 생산하고 있다. 현수막으로 만든 섬유패널은 건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인다.

세진플러스는 기증 받거나 사들인 선거용 폐현수막들을 패널로 재활용해 아이스팩 수거함을 제작해 여러 지자체에 제공했다. 업체 측은 "지난해 7월 경기도 시범사업으로 추진된 폐현수막 재활용 아이스팩 수거함을 경기도지역 주요 지자체에 공급했다"며 "폐기물에서 자원가치를 재창출하는 시범사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환경부는 21대 총선 이후 나올 선거 현수막 재활용을 추진했다. 선거일 후 정당이 철거한 현수막을 관할 시·군·구의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수거한다. 이후 수거된 현수막은 재활용업체 등에 무료 제공 혹은 여건에 맞는 방법에 따라 분배돼 재활용되는 방식이다.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앞서 서울시도 각 구청에 '선거 홍보물 재활용 계획' 제출을 요청했다. 현수막의 다양한 재활용 방향과 관련해 지역업체와 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원 순환'을 꾀하잔 취지다.

서울 마포구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나오는 폐현수막은 서강동 자원봉사캠프와 협업해 마대자루 등을 제작하는 데 재활용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리사이클링 된 '현수막 마대'는 추후 낙엽이나 아이스팩 수거 용도로 사용될 방침이다.

임소연 기자



"선거 현수막 달지 않겠다"... '제로 웨이스트' 선언한 후보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4·7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둔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부산시장 후보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2021.3.31/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4·7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둔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부산시장 후보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2021.3.31/뉴스1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손상우 미래당 후보는 홍보 현수막을 달지 않았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시장 후보가 직접 실천하고, 선거가 끝나고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는 "현수막, 일회용 공보물을 쓰지 않고 얼마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면서 "선거 운동복도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사용하기 위해 조끼에 이름, 기호 스티커를 붙여 입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일회용으로 쓰이는 선거 공보물을 사용할 경우 친환경 소재를 선택한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라선거구에 구의원 도전장을 낸 최지선 미래당 후보도 콩기름으로 명함을 만드는 등 친환경 소재를 선택해 선거 공보물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18일 "자치구 차원에서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자원순화 활성화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상우 미래당 부산시장 후보 /사진=뉴스1손상우 미래당 부산시장 후보 /사진=뉴스1
현수막 등을 친환경 소재로 만드는 기업도 있었다. 피엘에이코리아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수지인 폴리락틱애시드(이하 PLA)를 사용해 현수막을 만든다. 화학섬유 원단이 포함된 폐현수막이 소각 또는 매립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형주 피엘에이코리아 대표는 "PLA로 만든 현수막이 땅 속에 매립되면 6개월 만에 분해된다"며 "화학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PLA만을 사용해 실을 뽑고 원단을 만들기 때문에 다른 현수막에 비해 훨씬 더 친환경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현재 경북교육청이 PLA로 만든 친환경현수막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플래카드 쓰는 게 당연한 선거문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선거철에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로 만든 공보물을 친환경 소재로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100% 친환경 소재로 공보물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후보들부터 선거 운동 때 쓰이는 공보물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21대 총선에 쓰인 현수막만 3만여장에 달한다.

시민 단체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현수막도 다 플라스틱이 첨가된 소재로 만들고 포스터도 비닐로 코팅돼 재활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이제 친환경 혹은 바이오 플라스틱을 이용하도록 바뀌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용 포스터나 명함 등에 컬러 잉크가 쓰여 재활용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예술가의집 울타리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선거벽보가 부착돼 있다. 2021.3.25/뉴스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2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예술가의집 울타리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선거벽보가 부착돼 있다. 2021.3.25/뉴스1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일회용 플래카드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플라스틱이 남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바꿔 선거에 이용해야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가는 후보들 스스로 변화를 둬야 한다"고 했다.

다만 친환경 소재의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동수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선거철에 쓰이는 일회용품들이 100% 분해 혹은 재활용되면 좋겠지만 현재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며 "친환경, 광분해성 소재로 만든 섬유나 플라스틱은 강도가 약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적인 고민도 함께 해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현행 선거법에는 선거철에만 쓰이는 공보 포스터, 현수막 등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규정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과 관련 인쇄·시설물에 대한 재활용 규정은 현행 선거법에 없다"며 "관련 규정의 도입 여부는 현행 선거운동 방법과 환경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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