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사진=머니투데이DB
4일 정부, 기업계 등에 따르면 기업들이 올해 첫 주주총회를 끝마친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장관 출신 인사들이 주요 대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자 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노동 분야 전문가로 조선업과 별다른 인연은 없다. 하지만 조선업계도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등으로 고민이 적지 않은 만큼 노사 문제를 풀어낼 적임자로 이 전 장관의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삼성물산 사상 첫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에 오른 정병석 의장은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삼성물산은 기존 거버넌스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면서 정 의장을 ESG위원장 자리에도 앉혔다. 삼성물산이 건설현장 산재사고에 민감한 만큼 노사문제 전문가인 정 의장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중견기업 가운데선 SPC그룹 산하 SPC삼립이 정지원 전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보통 임기 3년에 수억원대 연봉이 보장되는 대기업 사외이사들은 판검사나 변호사,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국세청 출신 관료, 교수 등 학계 출신으로 구성된다. 그만큼 기업들의 환경이나 노사 문제 전문가들의 잇따른 사외이사 영입은 기존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업 트렌드이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ESG란 개념은 국내에선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 기업들의 신년사 등에서 처음 강조됐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면서 "기업들의 ESG 관련 전문가 영입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높아진 몸값도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이제 이들이 진짜 전문가로서 기업경영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해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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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법무법인에서는 환경이나 노사 관계 관료 출신 전문가 영입이 더욱 적극적이다. 특히 5대 로펌인 율촌은 이민호 전 환경부 정책실장을 올해 신설한 ESG연구소장에 선임한 데 이어 박영만 전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 국장을 영입했다. 의사 출신 변호사인 박 전 국장은 율촌에서 중대재해와 산업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율촌 관계자는 "박 전 국장은 노동팀 소속 변호사로 중대재해 태스크포스(TF)를 맡았다"며 "중대재해와 산업안전 업무는 물론 전문의 경력도 살려 ESG 소송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이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백규석 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이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