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아지는 ESG(환경·노동)고위 공직자들…기업들 모시기 경쟁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21.04.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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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용노동부·환경부 장관들 잇따르 기업 ESG 위원…대형로펌행도 러시, 앞으로 몸값 더 높아질듯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사진=머니투데이DB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사진=머니투데이DB


국내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고용부와 환경부 출신 고위 관료들의 기업행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ESG가 기업경영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은 만큼 환경이나 노동부 출신 관료나 전문가들의 몸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일 정부, 기업계 등에 따르면 기업들이 올해 첫 주주총회를 끝마친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장관 출신 인사들이 주요 대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자 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노동 분야 전문가로 조선업과 별다른 인연은 없다. 하지만 조선업계도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등으로 고민이 적지 않은 만큼 노사 문제를 풀어낼 적임자로 이 전 장관의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에 ESG위원회를 신설한 포스코는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낸 환경분야 전문가다. 생화학 박사 출신으로 이달에는 생명공학기업 마르로젠의 ESG위원장 후보에도 올랐으며 현재 기후변화센터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철강과 에너지 산업이 기반인 포스코는 최근 환경부가 강조하고 있는 저탄소 경영이나 탄소중립 관련 규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유 전 장관 영입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달 삼성물산 사상 첫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에 오른 정병석 의장은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차관 출신으로 지난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삼성물산은 기존 거버넌스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면서 정 의장을 ESG위원장 자리에도 앉혔다. 삼성물산이 건설현장 산재사고에 민감한 만큼 노사문제 전문가인 정 의장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중견기업 가운데선 SPC그룹 산하 SPC삼립이 정지원 전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지난해에는 노민기 전 노동부 차관이 현대백화점그룹, 전운배 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자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돼 현재까지 이사회에서 노사 전문가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삼상전자 사상 첫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인 박재완 의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장관도 거쳤고,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쇼핑 사외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보통 임기 3년에 수억원대 연봉이 보장되는 대기업 사외이사들은 판검사나 변호사,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국세청 출신 관료, 교수 등 학계 출신으로 구성된다. 그만큼 기업들의 환경이나 노사 문제 전문가들의 잇따른 사외이사 영입은 기존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업 트렌드이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ESG란 개념은 국내에선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 기업들의 신년사 등에서 처음 강조됐지만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면서 "기업들의 ESG 관련 전문가 영입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높아진 몸값도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이제 이들이 진짜 전문가로서 기업경영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해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법무법인에서는 환경이나 노사 관계 관료 출신 전문가 영입이 더욱 적극적이다. 특히 5대 로펌인 율촌은 이민호 전 환경부 정책실장을 올해 신설한 ESG연구소장에 선임한 데 이어 박영만 전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 국장을 영입했다. 의사 출신 변호사인 박 전 국장은 율촌에서 중대재해와 산업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율촌 관계자는 "박 전 국장은 노동팀 소속 변호사로 중대재해 태스크포스(TF)를 맡았다"며 "중대재해와 산업안전 업무는 물론 전문의 경력도 살려 ESG 소송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이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백규석 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이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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