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광어인간', 사실은 '도다리인간'이다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04.0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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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①]가자미, 어디까지 먹어봤니?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기안84 '광어인간', 사실은 '도다리인간'이다


도다리쑥국의 계절이 돌아왔다. 넙치(광어), 조피볼락(우럭)처럼 어떤 횟집에 가더라도 매일 먹을 수 있는 생선이 널려있는 세상이지만 매년 봄철이 오면 자연스레 가자미의 일종인 도다리의 인기가 치솟는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 한(恨)의 민족, 일본에 0-3으로 완패한 '뻥축구' 벤투호의 민족...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원래 가자미의 민족이다.

2000여년 전부터 국가대표 생선은 가자미였다. 옛 중국 사람들은 가자미를 접어(?魚)라 부르고, 우리나라를 접역(?域)이라 불렀다. 중국 후한시대 한서 교사지에서부터 나오는 표현으로, 가자미가 많이 나는 나라라는 의미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 정조 임금의 일성록에도 "아국개재접역(我國介在?域)"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접역에 위치했다는 뜻이다.



한쪽에 몰린 눈,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건 아니다
한쪽으로 몰린 눈, 이게 바로 가자미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한쪽으로 몰린 눈, 이게 바로 가자미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가자미류의 가장 큰 특징은 타원형의 편평한 몸체에 눈은 한쪽으로 몰려 있는 것이다. 가자미는 보통 해저면에 붙어서 서식하는데 바닥에 붙은 쪽의 몸은 흰 색, 눈이 달린 반대쪽 몸은 거무스름한 색을 띤다.

사실 몰려있는 눈이 어릴 때부터 그런 건 아니다. 가자미도 알에서 부화할 때는 다른 생선처럼 눈이 양쪽에 하나씩 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점점 눈이 몰리는 변태를 한다. 넙치나 가자미처럼 눈이 몰린 생선은 눈이 있는 '유안부'와 눈이 없는 '무안부'로 형태를 설명하기도 한다.

넙치와 구분하는 법은 '좌광우도'
광어인간이 아니라 도다리인간이다. /사진=네이버웹툰 복학왕광어인간이 아니라 도다리인간이다. /사진=네이버웹툰 복학왕
편평한 생김새로 가자미와 자주 헷갈리는 어종은 넙치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어종이다. 넙치와 가자미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정면에서 봤을 때 눈이 왼쪽으로 몰려 있으면 넙치, 오른쪽으로 몰려 있으면 가자미다.


이른바 '좌광우도'다. 도다리 역시 가자미의 한 종류다. 또 입 모양을 보면 넙치는 입이 크고 이빨이 날카로운데 비해 가자미는 대부분 입이 작고 이빨은 무딘 편이다.

웹툰 작가 기안84의 '광어인간' 에피소드에서 생선으로 변해가는 주인공 우기명은 초기에 눈이 오른쪽으로 몰린 모습을 보였다. 이런 눈은 넙치보다는 가자미에 가깝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도다리인간'이나 '가자미인간'이 되겠다. 다만 가자미 중 '강도다리'는 넙치처럼 눈이 왼쪽으로 몰려있는 '특이 케이스'다.

가자미의 원래 뜻은 '계모'
가자미의 어원은 우리나라 전래설화에서 나타난다. 전처의 자식을 몹시 미워하던 계모가 죽은 뒤 태어난 생선이 가자미다. 하도 전처의 자식에게 눈을 흘긴 까닭에 그 죄로 눈이 한쪽으로 몰렸다는 얘기다. 그래서 가자미는 계모를 뜻하는 '갖'(가죽→겉→거짓)과 '미'(어미)의 합성어가 됐다. 전처 자식을 흘겨보던 '가짜 어미'라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가자미눈으로 본다"는 말은 있지만 "넙치눈으로 본다"는 말은 없다. 옛날 사람들이 오른쪽을 '바른 쪽'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가자미눈은 바른 쪽에서 왼쪽으로 흘겨본다는 말이다.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는 속담은 하도 맞아서 바른쪽(오른쪽)에 있던 눈이 왼쪽으로 돌아갈 정도가 됐다는 뜻이다.

지느러미 끝이 검은 색이면 기름가자미, 배쪽 꼬리가 노란색이면 참가자미
기름가자미는 지느러미 끝이 검은 색이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기름가자미는 지느러미 끝이 검은 색이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가자미처럼 생겼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다 다르다. 수십 종의 가자미류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기름가자미, 용가자미, 참가자미, 물가자미가 어획량이 많은 편이다. 이 밖에도 문치가자미, 돌가자미, 줄가자미, 홍가자미 등이 있다.

기름가자미는 동해안에서만 나온다. 자세히 보면 지느러미의 가장자리가 검은색을 띤다. 깊은 수심에 서식하기 때문에 활어 상태로 보기는 힘들고, 반건조 상태가 주로 유통된다.

참가자미는 강원도에서 주로 어획된다. 눈이 있는 쪽의 몸은 황갈색 바탕에 흰색 점이 불규칙하게 분포한다. 배가 하얀 반대쪽에는 꼬리지느러미 부분이 노란색을 띤다.

경상도에선 참가자미가 '노랑가자미' 용가자미가 '참가자미'
꼬리지느러미가 노란 참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꼬리지느러미가 노란 참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참가자미를 경상도쪽에서는 간혹 '노랑가자미'라는 사투리로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는 일본에서 많이 나는 노랑가자미라는 종이 따로 있으므로 틀린 말이다. 하지만 수산시장에 가서 사장님께 "이건 노랑가자미가 아닙니다"라고 가르치려 들지 말자. 그 분들도 다 아는데 편한 이름으로 부를 뿐이다. 괜히 아는체 하다 분위기 싸해지는 수가 있다.

용가자미의 배쪽(무안부)은 자색이 두드러진다. 또 무안부임에도 반대쪽으로 넘어간 눈의 일부가 보인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용가자미의 배쪽(무안부)은 자색이 두드러진다. 또 무안부임에도 반대쪽으로 넘어간 눈의 일부가 보인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용가자미도 주로 동해안에서 잡히는데 '포항가자미'로 널리 알려졌다. 속초에서는 '어구가자미'라고도 부른다. 경남지역에서 참가자미회를 시키면 대부분 용가자미가 나온다. 다른 가자미에 비해 입과 눈이 크다. 그래서 배쪽이 보이게 뒤집어놔도 반대쪽에 있는 눈이 살짝 보인다. 배쪽 지느러미 부분은 자색(짙은 남빛을 띤 붉은색)을 띤다.

등쪽(유안부)에 둥근 반점이 퍼져있는 물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등쪽(유안부)에 둥근 반점이 퍼져있는 물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주로 남해안에서 잡히는 물가자미는 눈이 있는 쪽 몸에 흑갈색의 둥근 반점이 6개 퍼져있다. 물가자미는 주로 선어로 유통돼 활어로는 만나기 힘들다. '미주구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아는 '도다리'는 문치가자미…진짜 도다리는 따로 있다
"저의 진짜 이름은 도다리가 아니고 문치가자미입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저의 진짜 이름은 도다리가 아니고 문치가자미입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봄철 자주 먹는 도다리는 남해에서 문치가자미를 부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우해이어보'에 나오는 '도달어'가 이 물고기다. 다만 도다리라는 표준명을 가진 종이 따로 있다. 남해 먼 바다에 서식하고 어획량도 적은 이 종은 방언으로 '담배쟁이' '담배도다리'라고도 부른다.

사실 도다리쑥국은 봄철에 살이 물러 횟감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어린 문치가자미에 봄철 쑥을 넣어 탕으로 끓여먹던 데서 유래했다. 다만 최근에는 봄철 음식으로 인식돼 크기와 상관 없는 다양한 가자미와 쑥을 넣고 끓이면서 '도다리쑥국'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손 떨리는 가격의 '이시가리' 회는 줄가자미·돌가자미
(위)줄가자미 (아래)돌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줄가자미 (아래)돌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
1㎏당 십수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가자미도 있다. 부산 경남지역에서 ''이시가리'로 통용되는 종류다. 일본에서 가자미를 '가레이'로, 돌가자미를 '이시가레이'로 부르는 데서 파생된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돌가자미와 줄가자미 모두 고급 어종으로 횟집에서 팔리기에 둘 다 이시가리로 칭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몸이 붉은 빛을 띄는 홍가자미 역시 국내에서 많이 잡히는 편이다.

겨울부터 봄까지 잘 팔리는 가자미
홍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홍가자미.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가자미는 주로 바다 바닥에 서식하기에 바닥을 끄는 어구(인망)나 걸어구(자망)로 잡힌다.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흔히 잡혀 유통되는 어종인데 비교적 여름철의 어획량이 적고 겨울~봄철 어획량이 많다. 겨울~봄철은 가자미가 주로 연안에 모여있는 시기다.

여름철 어획량이 적은 것은 소비 습관과도 연관 있다. 선어의 양이 많은 기름가자미, 용가자미는 겨울철 반건조 상태로 소비되는 양이 많다. 여름철에는 건조 여건이 좋지 않은 편이기에 어획량도 소비를 따라가는 셈이다.

가자미 지겨워한 정약용, 가자미 사랑한 백석
가자미가 워낙 많이 나다보니 너무 먹어서 물린다는 사람도, 맨날 먹어도 좋다는 사람도 나온다.

다산 정약용은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포항 장기면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남긴 시 '추회'(가을생각)에서 "꽃게의 엄지발이 참으로 유명한데 아침마다 대하는 것은 가자미국뿐이라"며 한탄했다. 반면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포를 만드는 것보다는 직접 국을 끓이거나 구워먹는 게 좋다"며 가자미국을 높게 쳤다.

가자미를 사랑했던 백석 시인은 맨날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가자미를 자신의 시 '가재미·나귀'에서 이렇게 치하했다.

"동해(東海) 가까운 거리로 와서 나는 가재미(가자미)와 가장 친하다. 광어, 문어, 고등어, 평메, 횃대……생선이 많지만 모두 한두 끼에 나를 물리게 하고 만다. 그저 한없이 착하고 정다운 가재미만이 흰밥과 빨간 고치장(고추장)과 함께 가난하고 쓸쓸한 내 상에 한 끼도 빠지지 않고 오른다."

가자미, 어떻게 먹으면 가장 맛있을까
가자미류 중 특이하게 눈이 왼쪽으로 몰린 강도다리. 주로 하구쪽에 서식한다. 지느러미가 범모양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양식도 제법 되는 편이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가자미류 중 특이하게 눈이 왼쪽으로 몰린 강도다리. 주로 하구쪽에 서식한다. 지느러미가 범모양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양식도 제법 되는 편이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가자미는 가자미미역국, 가자미식혜, 가자미찌개, 가자미조림, 가자미 튀김, 가자미 구이 등 우리나라 식생활에 맞는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가자미 전문가인 이정훈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대부분의 가자미가 자연산 활어로 유통되는 만큼 횟감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추천했다.

다만 횟감 중 피해야 하는 종류가 있다. '세꼬시'라 불리는 뼈째썰기다. 뼈가 약하게 씹히면서 거친 맛, 고소한 맛이 좋다는 이유로 자주 찾는다. 이 같은 뼈째썰기는 어린 가자미를 횟감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줄어드는 가자미 어획량...20㎝ 이하는 그냥 놔주자
연평균 3000톤 가량 잡히는 기름가자미를 제외한 다른 가자미류는 매년 어획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보통 다 크면 40㎝까지 자란다. 가자미를 지속적으로 즐기기 위해 세꼬시는 되도록 먹지 말아야 한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는 산란기 어미 가자미와 어린 가자미를 보호하기 위해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설정하고 있다. 문치가자미는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어획이 금지된다.

문치가자미, 참가자미, 기름가자미, 용가자미 모두 17㎝ 이하는 잡아도 놔줘야 한다. 이 기준은 2024년부터 20㎝로 강화되는데, 두고두고 맛있는 가자미를 안전하게 즐기려면 지금부터 20㎝ 이하 가자미를 방생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맛있는 가자미, 지금 즐기는 방법
/사진=해양수산부/사진=해양수산부
금지체장을 넘겨 합법적으로 잡힌 가자미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1년 내내 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지금 싱싱한 가자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감수: 이정훈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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