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그룹 코로나19에 '휘청'…오너 3세 최악의 신고식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1.04.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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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균 무림그룹 3사 대표 지난해 3월 취임…무림페이퍼 10년만에 매출 1조 아래로

무림그룹 코로나19에 '휘청'…오너 3세 최악의 신고식


지난해 오너 3세 경영에 돌입한 제지업계 터줏대감 무림그룹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무림그룹 3사 수장을 맡은 이도균 대표(43)는 취임직후 코로나19(COVID-19)란 복병을 만나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 대표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맞춰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며 실적개선과 무림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림그룹 오너 3세 , 코로나19 직격타에 호된 신고신
이도균 무림그룹 대표./사진=무림그룹이도균 무림그룹 대표./사진=무림그룹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림그룹 3사 연결 매출액은 1조6029억원으로 전년대비 15.3% 줄었다. 이 중 매출비중이 가장 큰 무림페이퍼 (2,130원 ▼15 -0.70%) 매출은 1조1237억원으로 전년대비 15.5% 줄었다. 영업이익은 272억원으로 이 기간 60.4% 감소했다. 무림페이퍼 매출액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10년(8946억원) 이후 10년 만이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인쇄용지 감소폭(18%)이 주요했다.

종이원료인 펄프를 제조·판매하는 무림P&P (3,080원 ▲10 +0.33%)는 연결 매출액이 5279억원으로 전년대비 16.4% 감소했다. 특히 수익성을 좌우하는 국제 펄프가격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같은 기간 87.2%나 줄었다. 제지주요 원재료인 표백화학펄프(HW-BKP) 국제가격은 지난해 1톤(t)당 평균 547.5원으로 전년대비 18.6%가량 빠졌다.



백상지와 아트지 등을 만들고 무림로지텍 등 물류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무림SP (1,799원 ▼28 -1.53%)도 지난해 연결 매출액이 1254억원으로 전년대비 9.1%줄었다. 다만 원재료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거두면서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전년대비 460.3% 뛰었다. 매출에서 재료비 등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91%에서 지난해 86.1%로 줄면서 영업이익 상승에 영향을 줬다.

무림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실적 타격이 컸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종이사용 자체가 줄어들면서 수요가 줄고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무림그룹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해외비중이 50%에 달하는 수출 감소가 주 원인이었다. 펄프가격 하락도 큰 타격으로 작용했다"며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던 가운데 변경된 이 대표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저조한 실적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사 모두 배당을 진행했다.

친환경 제품으로 '실적개선·미래 먹거리'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무림그룹은 친환경 제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체질변화를 시도하며 단기적으로 실적개선과 미래 먹거리까지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2007년부터 무림페이퍼 영업본부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이 대표는 수년 전부터 친환경 기술 개발에 관심을 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는 무림 창업주인 이무일 회장의 손자이자 이동욱 무림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이 대표는 경영을 맡자마자 지난해 3월 친환경 브랜드 ‘네오포레’를 출시했다. 네오포레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종이컵과 종이빨대, 종이완충재 등 친환경 제품이다. 무림그룹은 펄프 몰드(재생지)와 플라스틱을 결합한 신소재 WPC(우드 플라스틱)도 시장에 출시했다. 택배용 종이완충재는 CJ대한통운 (114,900원 ▼4,800 -4.01%) 물류센터, 펄프 소재로 만든 에코 옷걸이는 코오롱 (16,980원 ▼190 -1.11%)스포츠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쓰이고 있다.
무림과 CJ대한통운이 개발한 친환경 종이 완충재 자료사진. /무림 제공무림과 CJ대한통운이 개발한 친환경 종이 완충재 자료사진. /무림 제공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를 생산하는 무림그룹은 특히 제지업체에 머무르지 않고 친환경 소재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펄프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셀룰로오스 나노파이버(Cellulose nanofiber)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기능성 필름, 복합소재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무림그룹 관계자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에 대한 강력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라 펄프가격이 상승하면서 무림그룹 실적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펄프가격이 올해 2월 1톤당 655달러까지 올랐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무림P&P 실적을 전망하면서 "펄프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며, 영업실적의 턴어라운드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흑자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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