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수막 달지 않겠다는 후보…"쓰레기 최소화" 파격행보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1.04.0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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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쓰레기를 남긴다④]현수막·일회용 공보물 사용 거부한 후보 등장..."선거문화 바꿔야"

4·7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둔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부산시장 후보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4·7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둔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부산시장 후보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손상우 미래당 후보는 홍보 현수막을 달지 않았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시장 후보가 직접 실천하고, 선거가 끝나고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는 "현수막, 일회용 공보물을 쓰지 않고 얼마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면서 "선거 운동복도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사용하기 위해 조끼에 이름, 기호 스티커를 붙여 입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일회용으로 쓰이는 선거 공보물을 사용할 경우 친환경 소재를 선택한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라선거구에 구의원 도전장을 낸 최지선 미래당 후보도 콩기름으로 명함을 만드는 등 친환경 소재를 선택해 선거 공보물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18일 "자치구 차원에서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자원순화 활성화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제공=뉴스1/사진제공=뉴스1


현수막 등을 친환경 소재로 만드는 기업도 있었다. 피엘에이코리아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수지인 폴리락틱애시드(이하 PLA)를 사용해 현수막을 만든다. 화학섬유 원단이 포함된 폐현수막이 소각 또는 매립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형주 피엘에이코리아 대표는 "PLA로 만든 현수막이 땅 속에 매립되면 6개월 만에 분해된다"며 "화학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PLA만을 사용해 실을 뽑고 원단을 만들기 때문에 다른 현수막에 비해 훨씬 더 친환경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현재 경북교육청이 PLA로 만든 친환경현수막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플래카드 쓰는 게 당연한 선거문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선거철에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로 만든 공보물을 친환경 소재로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100% 친환경 소재로 공보물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후보들부터 선거 운동 때 쓰이는 공보물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21대 총선에 쓰인 현수막만 3만여장에 달한다.


시민 단체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현수막도 다 플라스틱이 첨가된 소재로 만들고 포스터도 비닐로 코팅돼 재활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이제 친환경 혹은 바이오 플라스틱을 이용하도록 바뀌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용 포스터나 명함 등에 컬러 잉크가 쓰여 재활용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선거벽보를 첩부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선거벽보를 첩부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일회용 플래카드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플라스틱이 남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재질로 바꿔 선거에 이용해야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가는 후보들 스스로 변화를 둬야 한다"고 했다.

다만 친환경 소재의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동수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선거철에 쓰이는 일회용품들이 100% 분해 혹은 재활용되면 좋겠지만 현재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며 "친환경, 광분해성 소재로 만든 섬유나 플라스틱은 강도가 약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적인 고민도 함께 해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현행 선거법에는 선거철에만 쓰이는 공보 포스터, 현수막 등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규정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과 관련 인쇄·시설물에 대한 재활용 규정은 현행 선거법에 없다"며 "관련 규정의 도입 여부는 현행 선거운동 방법과 환경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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