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의 상압식 무방류시스템은 오염물질이 설비에 달라붙는 기존 시스템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했다. 영풍은 이를 포함해 석포제련소 친환경화에 1200억원을 투자한다. 영풍 이후 다른 기업들의 자발적 친환경 투자 확산을 위해 정부의 정책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폐수방류 막고 다시 쓴다..혁신적 기술
영풍 석포제련소 상압식 무방류설비가 야간 조명을 밝히고 시험 가동 중이다. 세계 제련소 최초로 적용된 신기술로 폐수를 증발시켜 불순물을 별도 처리하고 증류된 물은 공업용수로 재활용한다. /사진=영풍
영풍 관계자는 "그간에도 청정지역 배출허용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치로 정수해 물을 방류해 왔지만 이번 설비가 가동되면 그나마도 방류하지 않게 된다"며 "극미량의 오염물질마저도 하천에 유입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물질 제거가 친환경 설비의 1차 필터라면 물 재활용은 2차 필터다. 증발된 물을 따로 모아 공업용수로 재이용한다. 공장 안에서 깨끗한 물이 무한 재사용되는 셈이다. 하루 2000톤(탱크로리 71대 분량, 4인기준 1700가구 1일 사용분) 가량의 공업용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물 절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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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설비 노후화에 따른 불의의 토양오염을 막기 위해 공장 부지에 땅 속으로 벽을 둘러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무방류공정 도입과 함께 오염물질 배출 방지에 투자한 비용만 1200억원이 넘는다.
영풍이 쏘아올린 신호탄, 상압식 무방류 대세 되려면 무방류 공정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영풍의 상압식 무방류공정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건 기존 무방류공정 대비 오염물질 제거 효율이 높아서다. 물이 70~80도에서 끓게 만들어 증발시키는 감압식은 칼슘과 마그네슘 등이 설비의 벽에 달라붙어 효율이 떨어진다. 상압식 증발농축은 칼슘 등이 벽에 달라붙는 성향이 약해지는 100~110도에서 물을 끓여 효율을 극대화했다.
국내 한 대형 완성차업체 등에서는 역삼투시설을 이용한 무방류설비를 돌리고 있다. 이 역시 칼슘 등이 역삼투설비에 달라붙어 이를 제거하기 위한 별도 비용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영풍이 도입한 무방류공정의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산업계는 영풍의 무방류공정 도입을 전후해 한국형 무방류시스템 개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미산단의 전체 무방류 공정 도입 등이 과거 추진된 적 있지만 무산됐다. 낙동강 물환경 오염 방지를 위해 산단 차원의 무방류 공정 도입을 기획했으나 지자체 간 예산 떠넘기기로 끝내 좌절됐었다.
영풍 등 차세대 무방류공정 기술 국내 도입 기업에 선도적으로 인증체계를 부여하고 환경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기업들의 자발적 친환경 시스템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들은 설비 도입과 운영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풍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개선) 경영이 기업의 생존조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방류공정 도입은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절약 순환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제조업과 농축산업 등에서 매우 긴요하고 적절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