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원더키디 속 가장 큰 판타지는[우보세]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4.0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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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1989년)사진=유튜브 영상 캡쳐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1989년)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앞선 세대에 아이작 아시모프와 백투더퓨쳐가 있었다면, 그 다음 세대에겐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가 있었다. SF만화영화인데 우주 탐사를 떠났다가 사라진 과학자 아버지를 찾아나선 주인공 얘기다. 지금 '아재'들 중 상당수가 2020원더키디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꿈꿨을 것이다.



'2020년엔 진짜 저러려나?' 했는데,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안 될 듯?'이 대세였다.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사람 대신 일하고 싸우는 로봇들, 언제든 우주여행을 떠나는 기술은 아직은 좀 먼 미래였다. 여전히 바퀴달린 내연기관이 탈것의 대세고 우주는 위험한 미지 영역이었으며 수소같은 미래 에너지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거치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가솔린이나 디젤엔진은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대체된다. 땅을 달리던 자동차는 몇 년 내 도시를 날아다닐 태세다. 우주로켓 스페이스X는 마치 발사영상을 거꾸로 돌린 것 처럼 지상으로 사뿐 내려앉았다.(비록 착륙 직후 불이 붙긴 했지만.)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석유나 철광석, 석탄, 가스로 먹고살던 나라들은 앞다퉈 다른 길을 찾고 있다. 석유산업 그 자체나 마찬가지인 사우디 아람코가 자기들을 위협하는 수소사업에 투자할 정도다. 변화의 속도로 볼때 아무래도 2020원더키디는 2030년 정도면 얼추 실화가 될 듯 하다.

2020원더키디에 담긴 여러가지 판타지 중 따지고 보면 가장 '판타스틱한'건 환경이다. 주인공이 탄 우주선이 지구의 한 벌판에서 발사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발사대 주변에 다람쥐가 뛰논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아름드리 나무와 꽃들이 가득하다. 디스토피아적으로 미래를 본 2020원더키디지만 환경오염 문제만 놓고 보면 상당히 희망적이다.

'이 지경'일줄 몰랐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환경걱정은 있었다. 2020원더키디 주인공의 아버지가 우주로 떠난 이유도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여기서 우리가 2020원더키디보다 앞서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우주선을 자유자재로 띄우는 기술에 이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지구환경을 보호한다면 '2030년 원더키디들의 1승'이다.


고도 성장의 대가로 세계는 초고도 오염을 경험하고 있다. 2월 개봉해 한국 SF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 승리호를 보면 2020원더키디(1989년) 이후 30여년 간 환경오염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다. 옛날 환경오염 걱정은 새발의 피다. 승리호에서 지구는 오염에 찌들었고, 주인공들은 우주쓰레기를 모아 팔며 살아간다. 인류의 아주아주 일부만 인공행성에서 깨끗한 환경을 즐긴다. 그래서 화성으로 옮겨가 살려고 시도하는게 스토리의 큰 줄기다.

승리호와 2020원더키디를 관통하는 현생인류 최고 판타지가 깨끗한 지구라니, 슬픈 일이다. 2021년을 살며 2020원더키디에 묘사된 깨끗한 지구가 어색한거야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미래를 사는 사람들이 나중에 승리호를 보며 "이렇게 될줄 어떻게 알았지"한다면 더 슬픈 일이다. 그들이 "저땐 뭘 저리 비관적이었느냐"고 되묻게 하려면 지금부터 몇 년을 '지구를 구한 대전환기'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너무 거창한 것 아니냐고? 기업들은 이미 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탄소배출 제로 공장이나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그린뉴딜 사업이 다 그 수단이다. 그런걸 줄여 말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개선) 경영이다. 못 해내면? 망한다. 환경을 해치는 기업은 강력한 규제 속에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도태될 것이다. 기업이 도태되면 지금은 잘 나가는 나라들의 경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영화에 나온 것 처럼 끝내 인류가 지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땐 오히려 승리호를 보며 "우리 조상들이 미래를 엄청 유토피아적으로 봤네"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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