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가위바위보 낙찰 논란' 신속시범사업 규정 바꿨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장덕진 기자 2021.04.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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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軍, '가위바위보 낙찰 논란' 신속시범사업 규정 바꿨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가위 바위 보' 낙찰로 논란됐던 신속시범획득사업 업무관리 지침을 바꿨다. 이전까진 사업 당 한 제품만 선정했지만 앞으로 군은 첨단 무기를 도입할 때 성능이 비슷할 경우 여러 제품을 시범운용 할 수 있게 된다.



1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 신속시범획득사업 업무관리 지침에 복수 시범운용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신속시범획득사업 선정 위원회는 대상사업을 결정할 때 필요할 경우 복수 시범운용을 추진할 수 있다.

신속시범획득사업은 민간분야의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선제적으로 구매해 빠르게 시범 운용하는 사업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더 신속히 획득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취지는 좋았지만 제도엔 허점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다목적무인차량 신속시범획득사업 낙찰 당시 '가위 바위 보'로 제품을 정하면서 논란이 됐다.(머니투데이 '[단독]첨단 무인군용차 '가위바위보'로 수주…방산업계 "황당"' 기사 참조) 다목적무인차량은 전장과 위험지역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며 수색·정찰이송, 정밀타격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무인 로봇차량이다.

다목적무인차량 신속시범획득사업은 기술·가격 동시입찰로 진행됐다. 군에서 요구하는 최소 기준만 통과하면 최저 가격을 제안한 업체가 바로 낙찰되는 것이다.

문제는 똑같은 가격을 제시할 때 벌어진다. 이 경우 추가 옵션을 평가하는데, 옵션 성능까지 동일하다고 판단되면 방사청은 입찰 업체들에게 전자조달시스템에 가위 바위 보를 입력하게 해 승패에 따라 낙찰자를 정한다.


다목적무인차량 입찰에 참여한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는 사업을 따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입찰가격을 '0원'으로 적어냈다. 가격과 옵션까지 동일해 결국 가위 바위 보로 최종 낙찰자를 결정했다. 가위 바위 보에서 현대로템이 이겨 최종 낙찰자가 됐다. 지난 2019년 민·군 협력과제로 다목적무인차량을 국내 최초 개발했던 한화디펜스로선 아쉬운 상황이었다.

신속시범획득사업은 1~2대 규모의 소량의 무기만 도입해 운용하기 때문에 예산은 크지 않다. 하지만 첨단 무기 시스템 도입의 출발점이 되는 사업이어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전력화가 될 경우 추가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신속시범획득사업 낙찰자가 후속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두 업체가 입찰가를 '0원'으로 적어내는 등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다.

당시 다목적무인차량 낙찰을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면서 방사청이 연구실적이나 기술력을 면밀히 평가하지 않고 낙찰자를 뽑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방사청은 가격과 옵션이 같을 경우 복수의 제품을 선정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방사청도 선정방식이 불합리했단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한편, 가위 바위 보에서 졌던 한화디펜스가 새로 개발한 '6륜구동 지능형 다목적무인차량'은 수출무기체계 군 시범운용 장비로 채택됐다. 오는 7월 시제품이 출시되면 육군 드론봇전투단 등에서 군 시범운용에 투입된다. 올 연말 아랍에미리트(UAE) 지상군의 요청으로 성능 시연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디펜스와 현대로템이 개발한 첨단 다목적무인차량이 올 하반기 동시에 군 시범운용이 예정되면서 국내외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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